기자명 손일영 기자
  • 입력 2025.04.03 16:35

금융당국, '판매수수료 공개' 추진…과도한 수수료 경쟁 방지
보험업계 "판매수수료 공개 아닌 사업구조 비용 공개해야"
GA 측 "판매수수료 분급·1200%룰 제도 연착륙·합리화 필요"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안을 두고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영업 건전성과 소비자 편익 제고를 위해 도입된 개편안이 오히려 고객과 설계사 간 신뢰를 무너뜨리고 설계사의 영업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번 달 중 보험 판매 수수료 개편안을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에 보험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관계자 1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안 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번 개편안은 ▲판매수수료 정보 공개 ▲판매수수료 최장 7년 분할 지급 ▲GA 소속 설계사 판매수수료 1200% 룰 적용으로 구성됐다. 설계사의 보험 영업이 판매수수료가 높은 상품 위주로 이뤄져 부당 계약 승환 등 소비자 편익이 줄어든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당국 "판매수수료 전체 공개" vs 보험업계 "부가보험료 공개로 수수료 간접 공시"

판매수수료 정보 공개에 관한 업계 반발이 특히 거세다. 보험 GA 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만463명의 GA 소속 설계사 중 98.1%(4만9528명)가 수수료 정보 공개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권에서는 보험 판매수수료 공개는 설계사의 정당한 영업이익 추구를 위축시켜 소비자의 상품 접근성이 낮아질 것을 우려한다. 이어 고객이 보험 서비스의 질이 아닌 판매 수수료만을 상품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 시장이 왜곡된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음식점이나 자동차 매장에서 점주와 딜러가 원가를 소비자에게 직접 공개하는 경우는 없다"며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일수록 설계사 판매수수료가 높아지는 구조이므로, 수수료 공개가 소비자 편익 제고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주장했다.

보험 GA 협회 관계자 역시 "소비자는 보험료 대비 합리적 보장 범위가 궁금한 것이지 개별 설계사의 수익이 궁금한 것이 아니다"라며 "보험료 구성을 투명하게 공개하려면 당국이 제시한 '수수료 안내표' 공개보단 사업비 구조 등 순보험료를 제외한 부가 보험료를 공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온라인 쇼핑 등 유통업계와 다른 금융업권에서 이미 판매수수료 공개를 도입했다고 보험업권을 압박하고 있다.

국제보험감독자협의회(IAIS) 역시 이해 상충의 가능성으로 인해 설계사 보수 구조의 공개가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미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호주 등에서 준수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금융당국의 주장에 GA 협회 관계자는 "영국을 비롯해 호주와 유럽에서는 고객이 원할 때만 판매수수료 일부를 공개하거나 보험사 홈페이지를 통해 설계사 수수료를 포함한 부가보험료를 간접 공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설계사 수수료를 영업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공개하는 경우는 없다"고 반박했다.

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협회장. (사진제공=김용태 후보 사무실)
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협회장. (사진제공=김용태 후보 사무실)

◆GA "판매수수료 분급·제한 신중히 도입해야"

판매수수료 공개에 관한 당국과 업계의 의견이 상충하는 가운데 판매수수료 분급과 '1200%' 룰에 관해서는 타협의 의지가 엿보인다.

금융당국은 보험 판매수수료를 3~7년간 분할 지급해 수수료 지급이 보험 계약 1~2년 이내에 집중되는 업계 관행을 막고, 계약 유지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이는 보험 모집 채널의 대표적 성과지표인 보험계약 유지율이 지난해 저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생명보험계약 1년차 유지율은 85.65%이지만 2년차엔 61.75%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계약 유지율도 72.57%에서 67.01%로 떨어졌다.

과도한 수수료 선지급을 제한하기 위해 GA 소속 설계사를 대상으로 '판매수수료 1200%룰' 적용도 추진한다. 이는 보험사 전속 설계사처럼 계약 1년 차에 월 보험료의 1200% 이내로 판매수수료를 받도록 GA 소속 설계사의 선지급 판매수수료를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GA 소속 설계사들은 판매 수수료 분급·제한 조치에 대해서는 제도 연착륙과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GA 협회 관계자는 "판매 수수료 분급제에 관해서는 당국의 입장에 일정 부분 공감하지만 2년의 제도 유예기간과 3년 분급 및 5·7년 분급으로 단계별 시행을 촉구한다"며 "수수료 1200% 룰 도입은 보험사 운영 비용을 반영해 합리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31일 설명회에서 나온 현장 의견을 적극 수렴해 실무 TF를 꾸려 판매수수료 개편안 세부 내용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번 달 중 추가 설명회를 거쳐 판매 수수료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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