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성민 기자
  • 입력 2025.07.03 17:30

주주 충실 의무·대주주 의결권 3% 제한…개미 투자자 '방긋'
행동주의펀드 개입 가능성…유상증자 '난항'·소송 리스크도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3%룰 보완·집중투표제 제외' 내용을 담은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적 298인, 재석 272인, 찬성 220인, 반대 29인, 기권 23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스1)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3%룰 보완·집중투표제 제외' 내용을 담은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적 298인, 재석 272인, 찬성 220인, 반대 29인, 기권 23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이재명 정부의 1호 민생법안인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재계와 주식시장에도 강력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3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재석 272인 중 찬성 220인, 반대 29인, 기권 23인으로 통과시켰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명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전자주총 의무화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3%룰)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야당이 반대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는 공청회를 통해 추가 논의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대통령실 홈페이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대통령실 홈페이지)

◆소액주주 권리 확대…"자본시장 신뢰 높일 것"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소액 투자자 권리를 실질적으로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한 것이다. 이로써 경영진은 대주주뿐 아니라 일반 주주의 권익까지 고려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를 위반 시 배임 소송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전날 여야가 합의한 이른바 '3%룰'도 주목받는다. 이는 감사위원 중 1명을 별도로 선출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조항이다. 사실상 소액주주가 감사위원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아울러 전자주주총회 도입도 투자 접근성을 높일 것이란 관측이다.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오는 2027년부터 의무적으로 전자투표·전자출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에 지방 거주자나 고령 투자자들도 손쉽게 주총에 참여할 수 있어, 실질 의결권 행사의 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주주 권리 보호를 강화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목할 부분은 이번 개정이 단순한 주주 권리 강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라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도 "대통령실의 정책 시행 스탠스가 차후에도 이어진다면 남은 조항에 대한 공청회에서의 합의 가능성을 열어볼 수 있다"며 "세법 및 자본시장법과 같은 제도 개편 논의도 증시 부양에 대한 기대감을 지속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관. (사진제공=대한상의)
대한상공회의소 회관. (사진제공=대한상의)

◆재계는 '경고음'…행동주의펀드·자금조달 리스크 부각

반면 상법 개정안 통과로 재계에서는 빨간불이 켜졌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8단체는 상법 개정안 통과를 두고 아쉽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자본시장 활성화와 공정한 시장 여건의 조성이라는 법 개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사의 소송 방어 수단이 마련되지 못했고, 3%룰 강화로 투기 세력 등의 감사위원 선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개정안은 '행동주의펀드'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어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룰'로 인해 대주주의 영향력이 약화되면, 지분율은 낮지만 적극적인 소액주주 연합이 경영에 개입할 여지가 커진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도 늘 수 있다. 유상증자나 전환사채(EB) 발행 등에서 소액주주의 이해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송 리스크에 대한 문제도 존재한다. 이사에 대한 충실의무 확대는 소액주주들이 배임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미 일부 상장자는 이에 대비한 임원배상책임보험(D&O) 가입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만에 하나 경영 판단이 주주충실 의무의 잣대로 해석될 경우, 자금조달이나 인수합병(M&A) 속도가 늦어질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라며 "법적 불확실성을 우려해 투자 결정을 보류하는 기업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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