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7.08 14:06
저축은행 판도 재편 신호탄…수도권 동일 권역 예외 적용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OK금융이 상상인·페퍼저축은행을 동시에 인수하며 금융당국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를 떠맡는 '구조조정 구원투수' 역할에 나선다. 수도권 동일 권역 복수 편입이라는 법적 예외까지 적용돼 저축은행 업계 판도를 흔드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OK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약 1080억원)과 페퍼저축은행(약 2000억원대 초반)을 함께 품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금융위 승인 신청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승인 조건이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이번 인수가 3분기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OK금융의 자산은 13조6612억원으로, 여기에 각각 업계 9위인 페퍼저축은행(2조7637억원)과 13위인 상상인저축은행(2조3165억원)을 더하면 총 18조7414억원으로 불어난다. 이 경우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13조4073억원)을 제치고 업계 선두로 올라서게 된다.

인수합병은 OK금융이 상상인과 페퍼저축은행을 동일 대주주 아래 각각 별도 법인으로 편입하는 '형제회사 체계' 방식으로 추진된다. 특히 동일 권역 복수 편입은 저축은행법상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PF 부실 리스크를 단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구조조정 명분으로 예외가 적용됐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3월 20일 발표한 '저축은행 역할 제고방안'을 통해 동일 대주주는 동일 권역에 1곳만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부실 저축은행 정리 등 공익 목적이라면 최대 4곳까지 다른 권역에 보유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다만 해당 방안에는 수도권 동일 권역 복수 편입은 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아 사실상 특혜 논란이 불거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업계는 특혜가 아닌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른 '울며 겨자먹기식 구조조정'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OK저축은행에 PF 부실 자산을 떠안도록 사실상 구조조정 실적을 맞추라고 압박했다"며 "지난 5월 OK저축은행에 대한 현장검사가 그 신호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 중 유의·부실우려 사업장 23조9000억원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12조6000억원을 정리하겠다고 두 차례(5월 22일, 7월 1일)나 공언해온 만큼, 국정감사를 앞두고 실적을 쌓기 위한 카드로 쓰였다는 해석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수는 상상인그룹 유준원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도 맞닿아 있다. 유 대표는 불법 대출과 허위 보고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185억원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3월 상상인저축은행에 경영개선 권고를, 지난달에는 상상인플러스에 경영개선요구 처분을 함으로써, '저축은행 역할 제고방안'에서 제시된 인수합병 조건에 부합하게 됐다"며 "이번 인수합병은 금융당국이 상상인에 상상인선박기계, 증권, 바이오 등 비금융 계열은 그대로 두되,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등 금융 계열은 시장에서 손떼라고 요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은 녹록지 않다. 업계는 "OK저축은행이 PF 부실과 고용 리스크를 떠안으며 업계 1위로 올라설 기회를 잡았지만, 떠안은 부실로 자산 건전성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에 더해 가격 협상 이후에도 고용과 처우 문제는 남아 있고, 상상인·페퍼 직원들의 처우가 곧바로 OK금융 본사 수준으로 맞춰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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