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5.09.11 17:09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다른 공장의 근로자도 귀가시키고 있으며, 미국 생산을 준비·진행 중인 기업들 역시 '비상'이 걸렸다.

11일 우리 정부에 따르면, 미 정부가 불법 체류자 단속으로 구금했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HL-GA' 인력 316명이 내일 새벽 1시경 귀국길에 오른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된 한국 노동자들이 오후 3시(한국시간) 구금 시설에서 출발할 예정"이라며 "비행기는 내일 오후쯤 서울에 도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구금된 상당수가 배터리 공장 건설 경험이 있는 숙련된 인력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이들을 미국 현지 공장에 다시 투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장 합작 배터리 공장이 언제 재개될지, 얼마나 지연될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 협력업체 직원 중 250여 명이 장비 도입 임무를 맡았다가 미국 당국에 단속됐으며, 47명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셀 설비와 인프라 담당 인원들이다. 미국 당국 단속이 이뤄진 후 LG에너지솔루션은 건설 중단과 함께 ESTA 비자 출장자는 즉시 귀국시키도록 조치를 내렸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도 직접 현장에서 수습에 나서고 있다. 그는 7일 김기수 LG에너지솔루션 최고인사책임자(CHO)가 현장 대응을 위해 출국할 당시 비공개로 함께 비행기에 올라 구금 직원 문제 해결을 위한 사항을 면밀히 살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태가 미국 내 다른 공장에 미치는 파급력도 크다. 로이터통신은 10일(현지시간) 전자여행허가(ESTA) 비자로 미국에 체류 중인 다른 LG에너지솔루션 공장 근로자들에게 이번 주말까지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직원들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있는 배터리 공장에서 일하는 한국 국적자 중 상당수가 비자 문제로 귀국했거나, 귀국할 예정이다. 이 공장은 LG와 제너럴모터스(GM)가 합작으로 건설했다. 귀국 인원이 어느 정도인지는 불분명하나, 일부 근로자들은 이미 귀국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2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로, 미국에 7개 공장을 두고 있으며, 4곳이 현재 건설을 진행 중이다. 

로이터는 또 LG에너지솔루션이 또 이번 조치로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늦출 수 있기 때문에 하청업체들에 '비상 계획을 준비하고 현지 근로자를 고용하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당장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조지아 배터리 공장 건설에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해당 배터리 공장 건설 재개에 3개월 이상 소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오하이오·테네시·미시간 3곳의 공장에서 만든 배터리로 생산 차질을 만회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사안으로 여겨진다. 

오하이오·테네시 공장의 경우 GM과의 합작 공장으로 GM의 승인을 받기 쉽지 않다. GM은 특히 현대차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시간 공장은 연간 생산 능력이 20GWh로, 올해 상반기 일부 라인을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변경해 생산 확대가 여의치 않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출국 전에 비자 심사와 관련해 로펌 자문을 받았으며, 위법임에도 이를 강행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근로자들이 합법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H-1B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발급 요건이 까다롭고 기간도 100일 이상 걸린다. H-1B는 추첨을 통해 이뤄지는데, 미국 빅테크 기업을 위한 할당이 존재해 이 비자를 받는 것은 더 어렵다. 

연 8만5000개의 H-1B 비자 대부분을 인도나 중국 출신 IT 개발자들이 가져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연간 2000건 수준의 H-1B 비자만 승인 받은 상황이다. 

HL-GA 공장에서는 내년 상반기부터 연간 약 30GWh 규모, 전기차(EV) 약 30만대 분량의 배터리셀을 현대모비스에 공급해야 한다.

정부는 단기 상용 B-1 비자의 탄력적 운용, 한국인 전문인력의 단기 출장을 위한 비자 신설, 전문 직종 외국인을 위한 H-1B 비자에서 한국인 쿼터 확보 등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수년간 큰 문제로 제기돼 온 '한국인의 미국 내 취업을 위한 비자 문제'가 해결될지 주목된다.

한편, 미국 현지에 진출하거나 진출할 계획인 다른 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 기업은 현지 근로자에 대한 현황과 지침을 확인하고, 법적 문제가 없는지를 파악하느라 부산한 모습이다. 

이와 관련, 미국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는 비자와 관련해 철저한 지침을 마련,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파운드리 공장은 내년 말 운영을 목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ESTA를 받은 근로자는 미국 출장 시 2주만 체류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2주 이상의 출장은 B1 비자를 강제한다. 또한 ESTA로 현지를 갔던 근로자의 경우, 최소 3개월 이후 다음 출장을 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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