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희진 기자
  • 입력 2025.11.11 17:51

생산적 금융의 이면 주목…자금이동으로 수신 여건 악화
AI 기반 사업성 평가·연금상품 경쟁력 강화 필요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이 2026년 연체율을 전망하고 있다. (사진=정희진 기자)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이 2026년 연체율을 전망하고 있다. (사진=정희진 기자)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내년 은행산업에 대해 금리 하락과 수신 여건 악화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11일 김영도 KIF 은행연구실장은 '2026년 경제전망' 세미나에서 "주택담보대출 수요 위축과 머니무브에 따른 예금 단기화로 자산 성장성이 제한될 것"이라며 "기업대출 수요는 늘겠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신 여건이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금리 하락세와 예금보험 한도 상향으로 조달금리가 상승해 순이자마진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고, 정책적 수요 대응에 따른 비용 부담도 커질 것"이라며 "은행의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내년 은행산업의 핵심 경영과제로 ▲기업대출 확대와 재무안정성 간 균형 ▲AI 기반 사업성 평가 확대 ▲혁신금융 강화 ▲연금상품 경쟁력 제고 ▲해외진출 전략 재점검 등을 제시했다.

생산적 금융 전환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하한 변화(왼쪽)과 4대 시중은행의 표준방법 대비 내부등급별 위험가중자산 비중. (자료제공=한국금융연구원)
생산적 금융 전환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하한 변화(왼쪽)과 4대 시중은행의 표준방법 대비 내부등급별 위험가중자산 비중. (자료제공=한국금융연구원)

우선 생산적 금융 확대가 가져올 잠재 리스크를 경고했다. 생산적 금융 확대로 기업대출 수요는 늘겠지만, 생산적 금융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경우 연체율 등 재무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실장은 "특정 산업이나 기업군에 자금이 집중되면 건전한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할 수 있다"며 "은행 간 경쟁이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경우 좀비기업이 연명하고, 중장기적으로 금융 시스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혁신·중소기업은 높은 사업 불확실성으로 손실 위험이 크기 때문에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경우 은행 건전성뿐 아니라 금융시스템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정책 강화 기조에 따라 은행의 기술신용대출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도 제시됐다.

김 실장은 “사업성 평가 기반 대출을 늘리기 위해 AI 신용평가모델을 적극 고도화하고, 담보·보증 중심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해외 주요 은행들도 스타트업·혁신기업 대상 대출에서 비전통적 평가모형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생금융지수 활용, 국민성장펀드 출자, 가계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등 정책 환경에 맞춰 성장금융상품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한 연금상품 경쟁력 강화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김 실장은 "세대별 투자 목표를 충족할 수 있도록 투자형 상품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리스크 관리형 상품을 늘려 퇴직연금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은행의 장기 자산관리 규모(AUM)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 전략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이 소규모 위주로 이뤄져 온 만큼, 네트워크 효과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희수(오른쪽 첫 번째) 하나금융연구소장이 토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정희진 기자)
정희수(오른쪽 첫 번째) 하나금융연구소장이 토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정희진 기자)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생산적 금융에 따른 자금이동과 금융구조 변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어졌다. 패널들은 생산적 금융이 고위험 자산군을 포함하는 만큼, 내년에도 자산건전성이 크게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은경환 신한투자증권 기업분석부 팀장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은 투자자 입장에선 부담 요인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정책금융의 특성상 정부의 지원자금과 정책적 뒷받침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보다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은 "중앙은행 중심의 결제망과 블록체인 기반 결제망 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직접금융에서 간접금융으로, 예금에서 투자상품으로, 가계대출에서 기업대출로의 전환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예금을 통한 조달은 점차 어려워지고 비은행 부문 수익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도입이 추진 중인 중소기업 상생지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금융산업의 주요 경쟁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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