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희진 기자
  • 입력 2025.11.11 16:27

개인 자금 해외로 이동·외국인 의존도 심화
가상자산 시장 급성장으로 증시 변동성 확대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이 내년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희진 기자)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이 내년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희진 기자)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한국금융연구원(KIF)은 내년 상반기 코스피 기업 실적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업종별 차등화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상자산 시장 급성장과 외국인 자금 의존도 심화는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울 요인으로 지목됐다.

11일 이보미 KIF 자본시장연구실장은 '2026년 경제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상반기 코스피 구성 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업종별 실적 차등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실장은 "올해 코스피 구성 기업의 실적이 회복세를 이어가며 총자산이익률(ROA)와 자기자본이익률(ROE)가 2022년 수준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13.2%로, 지난해 73.4%보다 둔화됐지만, 4분기 들어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다. 현재 ROA 전망치는 2.28%, ROE는 9.68%로 제시됐다.

2026년 유가증권시장 전망. (자료제공=한국금융연구원)
2026년 유가증권시장 전망. (자료제공=한국금융연구원)

내년 상반기에도 코스피 구성 기업의 양호한 실적이 예상된다. 당초 내년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이 올해 4분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10월 중순 이후 전망치가 빠르게 상향 조정되며 긍정적인 흐름이 확인됐다.

특히 반도체 업종의 빠른 실적 개선과 자본재·금융·전자·유틸리티 업종의 안정적 실적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30%를 차지하는 반도체 업종은 올해 4분기부터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돼 전체 실적 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방산·원전 관련 종목이 포함된 자본재 업종은 4분기에 실적이 집중되는 특성상, 내년 상반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낮지만 상향 조정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보험·전자·유틸리티 업종은 내년 상반기 실적이 올해 하반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대외 변수나 실적 현실화 시점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음은 우려 사항으로 지적됐다. 이 실장은 "정부의 주주환원 확대, 신산업 육성정책 등은 투자심리를 지지하고 있지만,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돼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와 자본재 업종에 집중된 구조는 환율 변동이나 대외 충격 시 취약요인이 될 수 있다"며 "향후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거나 주주환원 여력이 제한될 경우 주가에 하방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개인투자자의 국내 시장 이탈과 외국인 투자자 의존 심화를 또 다른 시장 변수로 꼽았다. 이 실장은 "올해 하반기 외국인 투자자는 매수세를 보인 반면 개인투자자는 매도세를 확대했으며, 4분기 들어 이러한 경향이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식 및 ETF 투자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개인의 해외투자가 확대되고, 국내 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 실장은 "외국인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글로벌 금리나 환율 변동에 대한 국내 시장의 취약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상자산 시장과 주식 시장의 관계. (자료제공=한국금융연구원)
가상자산 시장과 주식 시장의 관계. (자료제공=한국금융연구원)

가상자산 시장의 급성장도 국내 증시 변동성을 확대할 요인으로 언급됐다. 이 실장은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국내 주식형 펀드와 맞먹는 수준으로 커지며 주요 투자대상으로 부상했다"면서도 "다만 이는 거래 변동성이 높아 개인투자자의 매매를 자극하고 주식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KIF 연구자료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2025년 6월까지 국내·해외 주식 순매수 간 상관계수는 0.32였던 반면, 국내 주식 순매수와 코인거래소 원화예치금 증가분 간 상관계수는 -0.26으로 나타나 두 시장 간 대체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고채 시장은 대규모 발행 부담에도 불구하고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로 수급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국고채 발행 규모는 157조7000억원에서 231조1000억원으로 늘었으며, 내년에도 약 232조원 수준이 예상된다.

이 실장은 "내년 4월부터 11월까지 WGBI 편입으로 약 500억~700억달러 규모의 해외 자금이 유입되며 금리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보험사의 초장기 국고채 수요가 견조하고, 10년물의 가격 메리트로 기관 수요도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첨단전략산업기금과 SOC 관련 공사채 발행 확대는 초우량물 중심의 수급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 실장은 "첨단산업기금채권과 SOC공사채 증가는 수급 부담 요인이지만, 은행권 수요와 WGBI 편입 효과가 이를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미투자펀드 협상 결과 역시 초기 우려보다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으며, 현금 투자(capital call) 방식 추진으로 수급 경계심이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정희진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정희진 기자)

발표 직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가상자산과 주식시장 관련 논의가 이어졌다.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장은 "최근 기관투자자의 저변이 확대되고 비즈니스가 두터워지며 다양화되는 추세"라며 "수탁 인프라도 점차 뒷받침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연계 서비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 국내는 거래소 중심의 시장이라 커스터디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적으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며, 달러 스테이블코인도 함께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 업권의 결합을 금지하는 원칙) 완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현재는 행정지도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일부 수탁업 진출 사례가 있는 만큼, 이를 국내에 적용할 경우의 영향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주식시장 관련해서는 '신용융자 잔고 확대와 코스피 활황 지속 가능성'이 집중 논의됐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가총액이 상승하면 신용융자 잔고도 자연히 늘어나게 된다"며 "다만 이로 인해 균열이 발생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저금리 기조 속에서 자산시장 전반에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개인투자자는 전문가 대비 정보 격차가 크기 때문에, 기축통화국의 금리 움직임이 국내 자본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신용거래 융자와 관련해서는 리스크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며 "증권사들이 투자자별·종목별 담보비율 등을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위험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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