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희진 기자
  • 입력 2025.11.24 16:21

주담대 막히자 신용대출로 쏠림…"부채 질 악화·거래 경색" 경고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설치된 IBK기업은행·KB국민은행·SC제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ATM기기 모습 (사진=차진형 기자)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설치된 IBK기업은행·KB국민은행·SC제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ATM기기 모습 (사진=차진형 기자)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가계대출 증가액이 연간 목표치를 넘어서자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 창구를 잇따라 조이고 있다. 총량 규제가 강화되면서 연말 대출 여력이 빠르게 소진되자 수요는 인터넷은행을 거쳐 신용대출로 이동하며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정책대출 제외)은 이달 20일까지 7조8953억원으로,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가 목표치(5조9493억원)를 32.7% 초과했다. 총량 규제 강화로 은행권의 연말 대출 취급 여력이 사실상 바닥난 상태다.

이에 은행들은 대출 창구를 잇따라 닫고 있다. 국민은행은 주담대의 대면·비대면 접수를 모두 중단했고, 신규 신용대출과 대환대출도 제한했다. 하나은행은 내일부터 영업점 주담대·전세대출 접수를 멈추고 비대면 신청만 받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영업점의 월 취급 한도를 10억원으로 제한했고, 신한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접수를 차단했다. 농협은행만 전체 창구를 유지하고 있으나, 내달 중개인 접수 제한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인터넷은행도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기준 카카오뱅크·케이뱅크의 신규 주담대 평균 신용점수는 971점으로, 5대 시중은행 평균(951점)보다 20점 높았다. 카카오뱅크는 600점 이하, 케이뱅크는 650점 이하 차주에 대한 대출은 취급 조차 하지 않았다. 

서울 한 아파트촌 전경. (사진=안광석 기자)
서울 한 아파트촌 전경. (사진=안광석 기자)

전문가들은 연말 주담대 수급 불안뿐 아니라 신용대출 급증에 따른 '부채 질 악화'를 가장 큰 리스크로 꼽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 금융 규제는 주담대를 틀어막으면서 시장 전체에 동맥경화가 생긴 상태"라며 "대출이 막히면 거래가 멈추고, 거래가 멈추면 오히려 집값이 더 뛰는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수요자는 자금줄이 끊기면 신용대출·2금융·사채로 밀려갈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부채의 질이 빠르게 나빠진다"며 "저신용자일수록 더 높은 금리를 떠안아 연체·파산 위험이 커지고, 이는 결국 은행 건전성에도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률적 총량 규제가 아닌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가 있어야 시장 공급이 확보되는데, 중과세가 유지되면 이들이 팔 이유가 없다"며 "일정 기간 양도세를 완화해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격 안정의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의 대규모(135만호) 외곽 공급은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최소 3~4년이 걸린다"며 "당장 필요한 것은 실제 수요가 있는 지역의 적기 공급"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만 조이고 공급은 미루면 결국 '대출은 막히고 가격은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