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5.30 15:58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보험산업은 민원왕이라는 불명예를 지고 있습니다. 이에 소비자 신뢰도는 다른 금융업권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30일 오후 서울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보험사 CEO와 올해 첫 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간담회에는 삼성·한화·교보·미래에셋·신한라이프·동양 등 생명보험사 6곳과 삼성·DB·현대·메리츠·KB·흥국 등 손해보험사 6곳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그간 보험산업은 금융시스템의 한 축으로 사회안전망 역할을 수행하며 우리나라 경제에 기여해 왔지만 시장 성숙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포화 시장 속 출혈 경쟁을 벌여 왔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보험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총자산 1225조원, 보험료 수익 213조원, 보험침투율(GDP 대비 보험료 비율) 세계 7위 수준이다.
보험산업이 규모의 성장을 이뤄왔지만 고객 민원도 크게 늘었다. 보험관련 금융민원은 지난해 기준 총 4만9767건으로 전체 민원의 53%를 차지했다.
이 원장은 "최근 미스터리쇼핑을 실시한 결과,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설명하거나 고객에게 불리한 사항을 부실 안내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금융당국은 지난 7일 신뢰 회복과 혁신을 목표로 '보험개혁회의'를 발족했고 영업 관행, 건전성 규제 등 업계 전반에 대한 복합적인 개선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또 부동산PF 연착륙 대책과 관련해 보험업계가 기관투자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연초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우리 금융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인 PF 리스크의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옥석 가리기를 통해 PF 사업장 정리 및 재구조화의 속도를 높이면서도 정상 PF 사업장에 대한 자금 공급을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민간 수요확충 방안의 일환인 '신디케이트론'은 수익성이 전제된 정상화 가능 사업장에 대한 대출로, PF 시장의 자금 선순환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이 원장은 "보험 업계는 2008년, 2020년 등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장기자금을 적시에 공급하는 등 자본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해왔다"며 "이번 부동산 PF 대책에서도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주시기를 바란다.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 방안도 조속히 마련해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보험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신성장동력 발굴 등 지속 가능성장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이 원장은 "국내 보험산업은 이미 시장 과포화 상태로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며 "다른 한편에서는 인구 감소, 기후 위기, 디지털화 등의 구조적인 환경 변화에도 크게 노출돼 있지만 보험사들은 혁신성장보다는 출혈 경쟁에 몰두하는 등 미래에 대비한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이 타개되지 않고 지속한다면 보험산업은 구조조정, 시장재편 등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질적 혁신과 시장 개척을 통해 보험산업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을 쏟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보험사 CEO들은 소비자 신뢰 회복과 지속가능성장을 위해 근본적인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금융당국의 견해에 공감했다. 보험산업 발전을 위한 개선 방안 마련에도 의견을 개진하는 등 적극 협조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또 논의 과정에서 새 국제회계 기준인 IFRS17의 안정화, 펫보험 시장 활성화 등 제도적 지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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