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8.26 09:53
우리은행 부적정대출 23일 뒷북 공시…지배구조 훼손 심각
지난해 4분기 대출 부실화 인지…올해 4월 범죄혐의 확인
'감사소홀' 주장 정면 반박, '은행법' 범죄혐의 즉각 보고해야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금융감독원이 전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현 경영진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임 회장과 조 행장은 임기 중에 이 사건이 발생하고 늦어도 올해 3월 중에는 지주 경영진들이 알 수 밖에 없었으나 이를 즉각 이사회와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 방송에서 "작년 하반기 즈음에 은행 임원진들이 대규모 부당대출에 대해 보고 받은 부분을 확인했다"며 "법상 할 수 있는 권한을 가동해서 우리금융의 제재 절차를 진행할 것이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26일 "우리은행 측이 해당 사안을 여신 심사소홀에 따른 부실로 금감원에 보고할 의무가 없다고 하고, 뚜렷한 불법행위도 발견되지 않아 수사의뢰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미 올해 1~3월 자체감사, 4월 자체징계 과정에서 지난 8월 9일 수사기관 고소내용에 적시된 범죄혐의와 관련 사실관계를 인지하고 있었음을 확인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9일 금융사고 보고대상에 해당되는 범죄혐의(배임, 사기, 사문서 위조 등)를 적시해 은행직원과 차주를 수사기관에 고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사실관계를 기초로 보면 적어도 올해 4월 이전에는 우리은행에게 금융사고 보고·공시의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은행은 지난 1월 자체감사를 실시하기 이전인 지난해 4분기 중에 이번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확인된 부적정 대출 중 상당수가 이미 부적정하게 취급되고 부실돠 됐음을 인지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인지시점에 여신 심사소홀 등 외에도 범죄혐의가 있음을 알았다면, 해당시점인 지난해 4분기에 이미 금융사고 보고·공시의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은 지난 8월 23일 이번 부적정 대출 관련 금융사고를 금감원에 보고하고, 홈페이지에 뒤늦게 공시했다. 은행법 제34조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금융업무와 관련해 소속 임직원 또는 임직원 이외의 자에게 횡령·배임 등 '형법' 또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관련된 범죄혐의가 있는 경우 지체없이 금감원에 금융사고를 보고하고 홈페이지 등을 이용해 공시할 의무가 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자체감사 등의 늑장대처도 지적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특정 영업본부장이 취급한 여신이 부실여신 검사 대상으로 계속해서 통보되던 상황에서 전직 지주회장 친인척과 관련됐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나 감독당국 보고와 자체감사 등 즉각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
이어 지난해 12월 관련 본부장이 퇴직한 이후인 올해 1월에 자체감사에 착수했고, 3월 감사종료, 4월 면직 등 자체징계 후에도 감사결과 등 내용을 금감원에 알리지 않았다.
이후 5월에 금감원이 제보 등에 따른 사실관계 확인 요청을하고 나서야 감사결과를 전달했다. 자체 감사과정에서 영업본부장 차주의 범죄혐의를 인지했으나 금감원 검사 결과 발표 이후에 수사기관에 관련자를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현 경영진들은 이미 지난해 9월부터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여신감리부서가 지난해 9~10월경 전직회장 친인척 대출 사실을 현 은행 경영진에 보고했으며, 지주 경영진도 늦어도 지난 3월경 감사결과가 반영된 인사협의회 부의 안건을 보고 받는 과정에서 전직 지주회장 친인척 연루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전직 지주회장 친인척에 대한 대규모 부적정 대출 취급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하지도 않는 등 금감원과 은행권이 추진해온 지배구조 개선 취지와 노력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부적정 대출 인지 경과, 대처 과정 및 관련 의혹 등에 대한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최대한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금융사고 과정에서 드러난 내부통제상 취약점, 지배구조체계상 경영진 견제기능 미작동 등도 면밀히 살펴 미흡한 부분을 신속하게 개선·강화하도록 적극적으로 지도·감독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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