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11.06 18:30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앞세워 4년 만에 정권 재 창출
韓 산업·통상환경 큰 변화 불가피…"전략적 대응 필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모자를 쓴 도널드 트럼프. (출처=트럼프 페이스북)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모자를 쓴 도널드 트럼프. (출처=트럼프 페이스북)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상대로 승리했다.

그는 45대 대통령 당선 후 46대 선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4년 만에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선거 구호를 내세우며 강경 이민정책, 경제회복 및 자국 산업 보호, 보편 관세, 동맹국에 대한 공동방위 투자 의무 이행 등 미국 우선주의 강화 의지를 표명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자국 우선주의 경제 추구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24년 미대선,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 비교'에 따르면 공화당은 11월 대선과 상·하원 선거 승리 시 추진할 대내외 정책으로 국경봉쇄,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자 추방, 인플레이션 종식, 지배적 에너지 생산국으로의 전환, 근로자 대폭 감세, 미 전역 아이언돔 방어막 구축, 전기차 의무화 취소, 친하마스 급진주의자 추방 등 20가지 공약을 제시했다.

특히 경제정책으로 경제 회복 및 자국 산업보호를 위한 '미국 우선주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다. 금리 인하, 인플레이션 완화를 통한 금리 정상화, 에너지 비용 절감을 통한 가계소비 절감, 2017 트럼프 감세(TCJA) 확대·연장을 통한 법인세율 인하, 개인 소득세 인하 및 상속세 면세 한도 확대 등 규제 완화와 포괄적 감세 정책을 추진한다.

이민정책의 경우 국경장벽 확장 등 국경 보안을 강화하고,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규모 추방 작전을 수행하며, 이민자 범죄를 처리하는데 중점을 두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환경·에너지 정책 변화도 예정됐다. 트럼프는 유세 현장에서 항상 외쳤던 '드릴, 베이비, 드릴'을 통해 석유를 시추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공화당은 에너지 생산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전기차 의무화 취소를 언급했다. 이에 전기차 시장 전반이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 기업의 경우 국내외 전기차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트럼프·시진핑 SNS, 픽사베이)
(출처=트럼프·시진핑 SNS, 픽사베이)

◆무역수지 적자 딴지 우려…중국 관세 '60%' 폭탄 예고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으로 우리 산업 및 통상환경의 큰 폭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트럼프의 보편적 기본관세와 상호무역법이 우리 산업과 미국시장 공략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연구원(KIET)이 발간한 '트럼프 재선 시 통상정책 변화와 우리의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재집권 시 현재의 비상호적인 무역구조로 발생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문제에 우선 대응할 전망이다.

미국 보수 정가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최혜국대우(MFN) 조치로 인해 광범위한 상품에 대해 낮은 수준으로 부과하는 비대칭적인 수입 관세율을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이에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무역 상대국에 상응하는 수준의 수입 관세 부과하는 미국 상호무역법(USRTA)이 도입될 예정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증가하고 있는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축소를 위해 다양한 통상 압박을 가해올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가 "한미FTA 협상은 미국에 최악의 협상"이라고 언급했던 만큼, 2019년 한미 FTA 개정을 전후해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폭이 증가한 품목을 중심으로 FTA 재협상 요구 및 관련한 통상 압력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보호무역 강화가 예정된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공약은 전산업에서 전방위적으로 중국과 교역 관계를 축소·단절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로 축약된다. 중국으로부터 '경제적·전략적 독립'을 추구하며 중국산 차량 수입 금지, 기간산업 및 핵심 기술 분야 중국의 투자 금지 등 대중국 견제 규제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관세를 6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은행의 '공급망 연계성을 고려한 대중국 수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살펴보면 미국이 트럼프 공약 수준으로 중국에 대한 관세를 60%까지 올리는 시나리오에서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및 수출연계생산은 6% 이상 하락하게 된다. 우리나라 수출 1, 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에 대한 직격탄을 우리가 맞게 되는 셈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4일 서울에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외교부)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4일 서울에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외교부)

◆트럼프 "100억달러 내놔라"…방위비 재협상 요구할까 

트럼프 재집권으로 대외정책 변수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대외정책에 있어 힘에 의한 평화 구축 및 자국우선 정책을 추진한다. 군사력 강화와 현대화, 동맹국이 공동 방위에 대한 투자 의무를 이행하도록하고 이스라엘의 편에 서서 중동의 평화를 추구하며, 중국의 최혜국 지위를 철회한다. 

특히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만큼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조건으로 조기 종전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불확실성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한국은 방위비를 더 부담해야 한다"며 연간 100억달러(약 13조8000억원) 지불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한미는 지난 4일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정식 서명했다. 협정에 따르면 최초년도(2026년) 방위비 총액은 1조5192억원이다. 2025년(1조4028억원)에 비해 8.3% 증액된 수준이나 미달러화로는 10억달러를 소폭 상회하는 만큼 트럼프의 반발이 예상된다.

제12차 특별협정의 유효기간은 2030년까지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대통령 결단에 의해 협정을 파기할 수 있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협상이 틀어지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브로맨스도 과시했던 만큼, 한국을 배제하고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황선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미국과 정치·경제·군사·안보 등으로 밀접하게 연계된 한국으로서는 법인세 인상 여부, 보편 관세 적용 여부, 동맹국 공동방위에 대한 투자 의무 이행, 에너지 정책 기조 등 차별성이 드러나는 정책 분야에 대한 세심한 대비와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누가 당선되던 우리 경제와 산업 경쟁력의 재도약을 위한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고 대선 직후에는 액션 플랜이 가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