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11.07 18:00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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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두 번째 미중 무역전쟁이 서막을 올렸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중국 수입품에 60% 고관세를 부과하는 것부터 최혜국 대우(MFN) 박탈과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철회 등을 공약했다. 보호무역 조치의 핵심 대상으로 중국을 겨냥, 과거 1기 행정부 때보다 더욱 강한 조치를 예고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 당선에 혁혁한 공로를 세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중 무역전쟁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테슬라는 중국사업이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트럼프의 일방통행을 필사적으로 저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머스크가 트럼프 2기에 요직을 차지하면 중국 압박 수위를 최대한 낮추는 중재 역할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우리나라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총액의 1위(19.7%)를, 미국은 2위(18.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중국 공급망 의존도는 약 19%로 집계돼 주요국(약 9%)의 두 배를 넘는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절반 이상인 수입품목이 30%에 달하며, 반도체 소재(불화수소·네온 등)는 70%대로 집계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이 강압적으로 이뤄지면 우리나라에 직격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면 미국이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진단했다. 미국이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자국 공급망에 적극 편입시켜 중국을 철저히 따돌리는 '디커플링' 전략이 가시화될 것이란 시각이다.

문제는 중국이 미국의 공급망 블록에 동조한 국가들에게 무역 보복을 가할 때다. 과거 우리나라는 '요소수 대란'을 비롯한 '희토류 수출제한', '마그네슘 수급 문제' 등 중국의 수출 보복 조치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토머스 헬블링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국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IMF의 아태 지역 경제 전망 기자회견에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국 경제가 받게 될 영향을 질문 받자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과 세계 시장에 강력하게 통합됐고, 미·중 양국에 강하게 노출돼 있다"며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에게 부정적 측면으로 작용하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겠지만, 긍정적 측면도 상존한다는 관측이다.

(자료제공=삼정KPMG)
(자료제공=삼정KPMG)

삼정KPMG는 7일 발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국내 산업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이 반도체 보호무역주의로 중국을 더욱 옥죄면 한국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성능 AI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의 핵심 파트너로 격상돼 기술 경쟁 우위가 기대된다는 시각이다.

삼정KPMG는 "미국과 중국의 고율 보복 관세가 일어나면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가 요동치고 무역량이 감소할 수 있다"며 "한국 경제가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미국 외 수출국 다변화와 유연한 공급망 구축, 미국 기업과의 제휴로 인한 시장 진입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에서는 중국이 트럼프 1기 때와 상황이 크게 달라져 트럼프가 미중 무역전쟁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적정 시점에 '휴전'을 선언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집권 당시인 2017년 6.8%의 경제성장률을 보였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2년에는 3.0%까지 주저앉았다. 지난해는 5.2%로 올라섰지만, 올해는 3분기까지 4.8% 수준으로 예년과 같지 않다. 부동산 시장이 크게 얼어붙었고, 수출 악화와 실업난, 이로 인한 내수 소비 침체까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트럼프가 미중 무역전쟁의 고삐를 쥐기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선제적으로 타협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2020년 트럼프 1기 때 양국은 무역 합의로 긴장감을 해소한 경험이 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공산품 등 약 2000억달러(약 279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로 구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미국은 일부 관세를 완화하고 추가 관세 계획을 철회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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