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성민 기자
  • 입력 2025.01.14 10:45

22년 만에 브랜드 개편…패시브·액티브 일괄 통합
KB 'RISE'·한화 'PLUS' 리브랜딩…뚜렷한 성과 없어
"중위권 운용사, 차별화 전략·상품 다양화 더 시급"

(사진제공=키움투자자산운용)
(사진제공=키움투자자산운용)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상장지수펀드(ETF) 간판을 바꿔 단다. 중위권 자산운용사들의 ETF 리브랜딩을 통한 점유율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14일 키움자산운용은 기존 패시브형 'KOSEF', 액티브형은 '히어로즈'였던 ETF 브랜드를 'KIWOOM(키움)'으로 통합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KOSEF ETF 46종목과 히어로즈 ETF 15종목은 이날부터 KIWOOM ETF로 이름이 바뀐다. 키움운용의 ETF 브랜드 개편은 2002년 국내 최초 ETF 'KOSEF 200' 탄생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새 ETF 브랜드 KIWOOM은 모회사 키움증권을 비롯한 다우키움그룹 금융계열사 전체가 공유 중인 브랜드다. 키움운용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그룹사 브랜드를 활용해 KIWOOM ETF의 브랜드 인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리겠단 전략을 내세운다. 

키움자산운용의 시장 ETF 점유율은 지난달 기준 2.12%로 업계 6위에 자리하고 있다. 7위 한화자산운용과는 불과 0.19% 차이다. 키움운용은 지난해 7월 점유율 6위 자리에 오른 뒤 반년째 현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 브랜드명 변경을 통해 한화운용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내친김에 5위 신한자산운용(2.92%) 자리까지 넘보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12월 11일 여의도에서 열린 ACE 빅테크·반도체 세미나에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투자신탁운용)
지난해 12월 11일 여의도에서 열린 ACE 빅테크·반도체 세미나에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투자신탁운용)

국내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서는 최근 한국투자신탁운용(ACE)과 하나자산운용(1Q)의 성공 사례를 본보기 삼아 ETF명 리브랜딩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투운용은 배재규 대표 취임 뒤 ETF 이름을 기존 'KINDEX'에서 'ACE'로 바꾸며 효과를 누렸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서 ETF '전 종목 시세'를 누르면 알파벳 A가 포함된 'ACE' 관련 ETF가 상단에 연달아 뜬다. 투자자들은 굳이 이 ETF를 검색하지 않더라도 눈에 익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작년 4월 이름을 바꾼 하나운용의 1Q도 같은 이유에서 효과를 봤다. 

다만 최근 사례를 보면 브랜드명 변경이 점유율 상승을 불러오지는 않았다. 지난해 7월 ETF 이름을 바꾼 업계 3위 KB자산운용(RISE)과 7위 한화자산운용(PLUS)은 뚜렷한 ETF명 변경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KB운용의 ETF 점유율은 지난해 7월 7.77%에서 12월 7.82%로 6개월간 0.05%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이 기간 4위 한국투자신탁운용과의 점유율 격차는 0.97%에서 0.26%까지 줄어들었다.

한화운용의 ETF 점유율은 브랜드명 변경 후 오히려 낮아졌다. 지난해 7월 2.28%였던 한화자산운용의 ETF 점유율은 지난달 기준 1.93%까지 떨어졌다. 한 계단 위의 키움투자자산운용과의 격차 역시 0.03%에서 0.19%까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브랜드명 변경이 점유율 상승과 더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올 수 없다고 꼬집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업계 투톱(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이 건재한 상황에서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이 생존하려면 단순한 ETF명 변경이 아니라 차별화된 전략을 통한 상품 다양화가 더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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