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5.05 14:00
하나금융, KSB 컨소시엄 합류…신한금융, 제주은행 개조
표면상 비경쟁…영업 개시따라 시장 선점 효과 엇갈릴 듯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하나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각각 내세운 소상공인 특화은행이 '같은 타깃, 다른 전략'으로 마주섰다. 표면적으로는 경쟁이 아니라고 선을 긋지만, 상품 설계와 출시 시점 등에서 보이지 않는 속도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소상공인 특화은행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신한금융은 자회사인 제주은행을 통해, 하나금융은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참여를 통해 해당 시장에 진입한다.

◆ERP 내장형 vs 신규 인터넷전문은행…같은 목표, 다른 설계
제주은행-더존비즈온과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은 모두 '소상공인·중소기업 특화은행'이라는 같은 목표를 지향한다. 그러나 목표만 같을 뿐 그 외의 조건은 정반대다.
우선 구현 방식부터 차이가 크다. 더존비즈온은 제주은행과 손잡고 ERP 데이터를 기존 은행 인프라에 결합한 내장형 모델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18일 제주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4.99%의 지분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ERP 뱅킹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한국신용데이터(KCD)는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과 함께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규 인터넷은행 인가 절차를 밟고 있다.
추진 일정도 엇갈린다. 더존과 제주은행은 올해 하반기 신사업 조직을 꾸리고, 2026년 상반기 실시간 금융 서비스를 출시해 2027년까지 시장에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KCD는 2027년 영업 개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수익화까지 약 4년을 목표로 삼고 있다.
데이터 활용 방식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더존비즈온은 약 300만개 기업의 회계·세무·재무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ERP 솔루션은 11만개 사업장에 공급된다. KCD는 '캐시노트'를 통해 전국 170만 소상공인의 실시간 매출 흐름과 업종, 지역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며, 실시간 대응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최초 대상 고객군 역시 구분된다. 제주은행은 소상공인뿐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포괄하는 모델을 설계 중인 반면, KCD는 소상공인 중심으로 출발하되 금융당국 요구에 따라 중소기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표면상 '협력', 실상은 '의식'…속도전 돌입
두 모델 모두 공식적으로는 경쟁 구도를 부인한다.
KCD 관계자는 "인가 전 단계인 우리와 기존 은행을 운영 중인 주체가 같은 선상에서 경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소상공인 금융 확대 흐름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은행 측도 사업 진행 속도를 이유로 경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각자의 전략에는 상대를 겨냥한 흔적이 역력하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ERP 시스템은 실시간 처리에 한계가 있다"며 "이를 보완해 내년 상반기 '실시간 금융상품'을 메인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석헌 신한금융지주 CSO는 "단기적으로 1조5000억~2조원 규모의 포트폴리오 확대와 향후 임베디드 금융 확장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KCD는 지난 5년 동안 캐시노트를 통해 축적한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평가 체계를 고도화해왔다. 컨소시엄에는 보험사, 증권사, 제2금융권, IT 기업, 지방정부기관 등 다양한 업권이 참여하고 있으며, 하나은행은 KCD(33.5%) 다음으로 많은 지분(10%)을 보유한 전략적 파트너다.
정양석 하나은행 CFO는 "KCD의 영업 기반을 활용해 중소 자영업자 대상 영업망을 확대할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김동호 KCD 대표 역시 지난달 1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과 비금융 상품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소상공인뿐 아니라 근로자·일반인까지 포용하겠다"며 "사업 자체의 신용 점수 기반 평가와 컨소시엄 참여사들의 역량을 통해 압도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ERP 내장형 금융과 실시간 플랫폼 기반 금융은 방식은 다르지만, 지주금융이 새로운 비이자수익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표면적으로는 협력과 공존을 내세우지만, 상품 구조와 데이터 처리, 출시 일정 등에서 서로를 견제하는 흐름 또한 분명하다. 결국 이제 '누가 더 현실적이고, 타깃 고객층에 친화적인 상품을 시장에 내놓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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