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일영 기자
  • 입력 2025.05.13 13:46

우리금융·한화손보, 인수합병 통한 사업 다변화·수익성 강화
동양·ABL 킥스 하락세…우리금융, 건전성 관리 과제 떠안아
고용 안정 해결책 미확정…인수사 "강제적 구조조정 없을 것"

우리금융지주 본사. (사진=박성민 기자)
우리금융지주 본사. (사진=박성민 기자)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잇따른 인수 합병(M&A)으로 국내 보험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각 사의 고유 역량 통합으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한편 합병 시 재무 건전성 관리와 고용 승계 여부에 대한 우려도 공존하는 상황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과 한화손해보험이 각각 동양·ABL생명, 캐롯손해보험 인수를 결정했다.

한화손보는 캐롯이 보유한 디지털 보험 역량(CM채널) 확보와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이어 인수합병으로 캐롯손보의 악화한 자본 건전성 문제를 개선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을 품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 기여도가 금융지주의 실적 희비를 가른 만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동양생명의 견조한 실적 성장세가 중장기적으로 보통주 자기자본비율 개선을 통한 수익성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생보사 인수 시 고령화 시대 속 소비자들의 요양 산업 수요에 발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동양·ABL생명이 우리금융 자회사 편입 후 합병된다면 양사 통합 자산이 지난해 말 기준 53조2427억원인 만큼 단숨에 업계 중상위권 보험사로 도약하게 된다.

◆동양·ABL생명 킥스 '경고등'…기본자본 규제 도입 시 건전성 '악화일로'

다만 동양·ABL생명의 악화한 자본 건전성은 변수다. 지난해 말 기준 양사 지급여력(킥스)비율은 동양생명이 155.7%, ABL생명은 153.68%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7.7%p, 32.28%p 감소한 수치다.

금융당국이 적기시정조치 기준이 되는 킥스 제한선을 150%에서 130%로 낮췄지만 부채 할인율 제도 강화 등 회계 제도 변화로 양사 킥스의 추가 하락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에 동양생명과 ABL생명 모두 공동재보험과 후순위채권 발행으로 킥스 비율 사수에 나서고 있다. 동양생명은 최근 5억 달러의 해외 후순위채를, ABL생명은 지난 3월 1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기본자본 킥스 규제' 도입을 예고한 만큼 양사의 후순위채 발행이 건전성 지표 개선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동양·ABL생명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모두 100% 미만으로 위험한 수준이다. 이에 유상증자 등 우리금융의 자본 확충 지원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일단 양사를 별도 법인으로 인수해 회사 재무 상황이나 사업 범위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현시점에서는 구체적인 자본 확충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전국사무금융노조 동양생명지부와 ABL생명지부가 15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동양·ABL생명 직원 고용 보장, 보상 방안 제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손일영 기자)
전국사무금융노조 동양생명지부와 ABL생명지부가 15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동양·ABL생명 직원 고용 보장, 보상 방안 제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손일영 기자)

◆인수 둘러싼 노사 잡음…인력 구조조정·인수 보상 방안 논의 '관건'

보험사 인수합병 추진 과정에서 노사 간 협의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김정태 한화손보 노동조합 지부장은 캐롯손보 인수합병 과정에서 조직 개편·확대로 인한 고용불안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에 한화손보 측은 "고용 승계를 원칙으로 노사 협의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CM채널 영업조직을 그대로 흡수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만큼 캐롯손보 임직원 대부분을 승계한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 역시 노사 협의를 통한 원만한 인수합병 추진이 필요한 상황이다.

동양·ABL생명 노동조합은 지난달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과정에서 직원 고용 안정과 보상 관련 방안 제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바 있다.

노조 측은 두 생보사 합병 가능성에 고용 불안을 호소하고 생보사 인수 전례들을 반영해 위로금 산정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그룹이 자회사 편입 승인이 확정된 만큼 노사 간 소통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합병 사례를 봤을 때도 인위적·강제적 인력 구조조정 없이 안정적인 고용 승계를 이뤄냈다"며 "이번에도 노사 협의체를 통해 고용 안정 방안을 도출해 낼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동양·ABL생명 노조가 요구하는 '인수합병 위로금'에 대해서는 노사 간 입장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

김진건 ABL생명 노조 지부장은 "특정 수준의 위로금을 요구한다기보다 과거 라이나생명과 오렌지라이프 등 전례를 반영해 위로금 산정을 논의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례를 봐도 매도하는 모기업에서 매각 차액이 발생했을 때 피인수보험사에 위로금을 지급했다"며 "다자그룹 측에서는 우리금융에 다소 낮은 가격으로 동양·ABL생명을 매각한만큼 노조 요구만큼의 위로금 지급이 이뤄질 지는 의문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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