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5.16 00:05
이명박 '5000'·박근혜 '3000' 공약에도…코스피 '제자리걸음'
"MSCI 편입·외인 유입책 긍정 vs 시장 외부 요인 영향 더 커"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회복과 성장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주가지수 5000 시대를 열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국내 주식시장 발전을 위한 공약으로 코스피 지수 5000포인트를 내걸자 업계 반응이 뜨겁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역시 '박스피 탈출'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이 후보가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가 이 후보라는 주장과 함께 제대로 실현 불가능한 '재탕·삼탕' 공약을 내놓았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동시에 나왔다.

◆2700도 버거운 韓 증시…李 "불공정·불투명 해결 시 5년 내 5000"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2621.36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2021년 7월 6일(3305.21포인트)보다 683.85포인트(-20.69%) 낮아진 수치다. 코스피는 지난해 8월 23일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2700선 위에서 장을 마감한 적이 없다.
이러한 상황 속 지난 8일 이 후보는 민주당 유튜브 채널 내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서 "최근 주식시장이 너무나 불공정해지고 불투명해졌다"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면 5년 안에 코스피가 5000포인트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21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업경영과 시장 질서가 확립되면 우리 주식시장은 획기적인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코스피 5000 시대 실현을 약속한 바 있다.
대선 공약으로 '코스피 5000포인트'가 내걸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5년 중에 코스피가 5000까지 가야 정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임기 종료 직전인 2013년 2월 22일 코스피는 2018.89포인트를 기록하며 2000선을 겨우 턱걸이했다. 공약으로 내건 5000포인트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또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절 거래소를 방문했을 당시에도 "코스피 3000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2017년 3월 10일 코스피 종가는 2097.35포인트로 박 전 대통령의 임기 기간인 4년째 제자리 걸음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선이 아니더라도 이미 코스피 3000·4000·5000포인트 공약은 선거철마다 꾸준히 제시돼왔다"며 "막상 임기가 시작되면 다른 경제 정책 추진에 뒷전으로 밀리다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시세 조종 방지·상법 개정 등 '선진화' 카드 먹힐까…"여지 충분 vs 외적 변수 많아"
스스로를 '개미(개인 투자자)'라고 강조하는 이재명 대선 후보가 주식시장 선진화를 위해 내놓은 해법은 ▲정부 차원 중장기 경제·산업 성장 로드맵 발표 ▲주가조작·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 강력 대응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제고 등 크게 3가지다.
특히 이 후보는 상식이 통하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주주의 충실 의무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을 반드시 재추진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자본시장법 개정을 주장하는 것과는 반대 입장이다.
아울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의 청산이 필요하다"며 저평가된 기업에 대한 적대적인수합병(M&A)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필요성에 대한 부분 역시 언급했다.
전문가를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코스피 5000포인트' 실현 가능 여부에 대한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날 17개 증권산업 노동조합은 이 후보에 대한 공식 지지를 선언했다. 노조는 "한국 주식 시장에서는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명분 아래 대주주의 지분이 몇 배의 값에 거래되고 있다"며 "이는 회사의 자원이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고, 일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편취되는 구조가 묵인돼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상법 개정을 통한 이사회 개혁 ▲집중투표제 의무화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통한 자산 가치 제고 ▲주가조작 등 불공정 행위 강력 처벌 등을 주장하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강력하고 흔들림 없는 추진력으로 문제를 해결해온 이 후보만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대전환을 이끌 수 있는 유일한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 후보가 투자환경 개선으로 내세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로드맵과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 등은 시장에 대한 어느정도의 이해도를 보여준 발언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는 "코스피 지수는 기본적으로 디스카운트(저평가)가 많이 돼있는 상태"라며 "상승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국내 기업 중 지배구조와 관련해서 문제를 가진 기업들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실행한다면, 개선 여지는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증시 주가 상승이 정권의 성향 및 정책과는 무관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사실 국내 증시의 방향성은 자국 정책 모멘텀보다는 당시 글로벌, 특히 선진국 경제를 포함한 매크로 환경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도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라 지수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것을 보더라도 코스피 5000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정권과 관계없이 5년 후에도 박스권에 갇힐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주식시장을 국민들의 투자처로 만들어 코스피 상승을 국민 자산증식 수단으로 전환시키려는 의지가 강한 만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제혜택 등의 실질적인 지원이 마련된다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주가 5000시대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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