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6.06 11:00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정부와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둘러싸고 충돌하고 있다. 문제는 갈등 그 자체가 아니라 성격이다. 이번 충돌을 두고 권력 다툼이라는 비판과 전환기 필연적 조정이라는 분석이 맞서면서, 갈등의 본질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둘러싸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도입에 대해 신중론을 밝히자 민병덕 디지털산업협회 위원장이 반박 자료를 내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부는 이번 갈등을 기관 간 권한 쟁탈전으로 본다.
현재 입법 논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권을 금융위원회에 부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유효성 저하와 금융안정 리스크를 이유로, 인가 단계에서부터 중앙은행의 실질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이 원화 수요를 대체하고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참여 확대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 왔다. 특히 비은행권 발행 허용이 금융시스템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면 정부는 디지털 경제 주권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간 주도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 참여 없이 스테이블코인 산업 육성은 어렵다는 판단 아래,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인가 체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디지털 경제 정책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측 모두 권한 강화를 염두에 두고 대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본질보다 기관 간 힘겨루기가 부각됐다는 비판이다.

반면 이를 디지털 경제 전환기에 따른 필연적 조정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권한 다툼이 아니라, 정부와 한국은행이라는 제도적 주체 간 책무 차이에서 비롯된 구조적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서로 다른 책무가 해석을 갈랐다. 정부는 디지털 경제 확장과 플랫폼 산업 육성, 주도권 확보 등을 과제로 삼는다. 반면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독립성과 금융시스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주권 개념 해석에서도 접근이 다르다. 정부는 글로벌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원화 기반 결제수단 확보를 국가 주권 강화의 일환으로 보지만, 한국은행은 금융시장 안정성과 금리 조정 기능 유지를 주권의 핵심으로 본다.
해외 주요국 사례도 유사하다. 미국에서도 지난 2021년부터 연방준비제도(FRB)와 재무부 간 스테이블코인 규제 권한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2023년 7월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발행자 인가제와 준비자산 요건을 담은 '지급용 스테이블코인 명확성법' 초안을 통과시켜 제도의 틀을 만들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한국은행과 정부 간 갈등은 민주당 집권 이후 주도권 다툼으로 비춰질 수 있고, 실제로 권한 갈등으로 변질될 위험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한국은행이 독립기관임을 명확히 하고 정부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며 "지금은 공약 이행과 산업 발전을 위한 정상적인 이견 조정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민병덕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전략자산…한은, 본연 임무 집중해야"
- "토큰증권 규제, 日 사례 참고하며 韓 특성 고려해야"
- "디지털자산 활성화 제도적 뒷받침 절실"…규제 체계 전면 재정비 시급
- [특징주] 스테이블코인 관련株,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에 '상승'
- [특징주] 카카오페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수혜 기대에 12%↑
- 한은·은행권, 가계부채 경계 속 머리 맞대…스테이블코인 논의도 수면 위로
- 민병덕 "디지털자산, 제도권 편입…韓 자본시장 전환점 될 것"
- "디지털자산 패권, 누가 쥘까"…스테이블코인 전쟁 서막
- 원화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100% 구조…'명암' 두드러져
- 윤민섭 교수 "스테이블코인, 민팅 파트너 유통구조로 비용절감 고민해야"
- 강형구 교수 "스테이블코인 런치패드 통해 체계적 관리해야"
- [종합]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임박…'기회' vs '신중' 엇갈려
- [취재노트] '원화 스테이블코인' 글로벌 흐름에 올라타야
- 민병덕 의원, 美 맥헨리 前 하원의원과 회동…"디지털자산 법제화 공조"
- 민주당, 24일 디지털자산 TF 출범…입법 논의 본격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