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7.03 14:42
'안전망' 뒤 실사용자 '반복 비용' 우려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CBDC의 빈자리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준비금 100% 구조로 주요 이해관계자가 떠안을 반복 비용 구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은 실사용자 부담을 줄이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 추진하던 CBDC 실험을 잠정 중단했다. 기존 카드나 계좌 결제망과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아 효용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 공백을 ‘전액 준비금 예치’를 의무화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메우겠다는 방침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맡긴 돈을 그대로 보관해 가치가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설계된다. 이 덕분에 가상자산과 달리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준비금으로 돈이 묶이면 은행·소비자·가맹점 모두 새로운 비용 구조를 반복 부담하게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은 일부 자금을 모아 결제 금액을 최종 정리·정산하는 '청산망'을 운영해 수수료를 얻는다. 그러나 준비금으로 돈이 묶이면 기존처럼 예금을 대출로 굴려 이자 차익을 내던 수익 구조가 약해진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신뢰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은행 고유의 중개 기능은 축소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가상자산의 큰 가격 변동을 피할 수 있어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준비금 구조로 은행의 이자마진 수익이 줄어들면 카드 결제처럼 계좌를 돌려 쓰며 쌓이던 포인트나 할인 혜택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전성은 단기 효과지만 리워드는 반복적으로 체감돼 장기적으로는 혜택 축소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맹점도 득과 실이 공존한다. 카드사와 PG사에 내는 수수료는 일부 낮아질 수 있으나, 결제망이 특정 플랫폼으로 집중되면 데이터 연동이나 마케팅 수수료 등 새로운 비용 구조가 붙는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소규모 가맹점은 협상력이 약해져 장기적으로 종속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은 상대적으로 득 쪽에 무게가 실린다. 결제망과 소비자 데이터를 동시에 확보하면 수익 구조를 다양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맹점과 소비자 모두 반복 비용 구조로 얻을 수 없는 리워드나 혜택이 줄어들수록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득이 되는 요인이다.
결국 이들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앞으로 적용될 규제뿐이다.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득과 실을 함께 떠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실사용자가 떠안게 되는 반복 비용 구조는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신뢰성이 높아질수록 준비금이 묶이는 만큼 은행의 중개 기능은 약해지고, 가맹점과 소비자가 돌려받을 혜택은 줄어든다.
이에 대해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준비금으로 안전망을 만든다지만, 결국 비용은 실사용자가 감당하게 된다"며 "화폐는 사람들이 실제로 쓰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소비자와 가맹점이 체감할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은 과제는 소비자를 어떻게 보호하고 실질적인 편익을 제공할지, 시장 유통성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있다"며 "특히 이해관계자들 간 이익 배분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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