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9.23 15:36
한은 "집값 상승률 최대 2%p↓…연착륙 없인 실수요자 고통만 가중"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6·27 가계대출 규제가 시행된 지 석 달 만에 효과가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세는 크게 줄었고, 매수 심리도 역시 눈에 띄게 약화됐다. 그러나 실수요자에게는 규제가 곧 자금조달 장벽으로 다가오며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시장'이 현실화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8일까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63조3660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4675억원 늘었다. 하루 평균 증가액은 260억원으로, 전달 일평균(1266억원)보다 80% 이상 줄었다.
같은기간 주담대 잔액은 329억원 증가에 그쳤다. 6월에 5조원대, 8월에 3조7000억원가량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석 달 만에 증가폭이 150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 셈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연이은 규제가 있다. 6월 27일 시행된 가계대출 규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 강화와 전세대출 제한 등을 담아 가계부채 증가세를 직접 억제했다.
하지만 8월에도 주담대 증가폭이 여전히 3조7000억원대로 높은 수준을 보이자, 정부는 9월 7일 주택공급 확대 방안과 함께 규제지역(강남 3구·용산) 내 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을 50%에서 40%로 낮추고, 1주택자의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3억원에서 2억원으로 축소하는 추가 조치를 발표했다. 잇따른 규제가 단기간에 대출 수요와 매수 심리를 동시에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심리도 빠르게 얼어붙었다. KB부동산 매수우위지수는 6월 23일 99.3에서 6월 30일 76.4, 9월 8일 60.5까지 떨어졌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매수·매도 우위를 가늠하는데, 60선까지 하락한 것은 매도자가 확연히 우위를 보였다는 의미다.
한국은행도 유사한 분석을 내놨다. 한은은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데 유의한 효과가 있다"며 "금리 인하보다 늦을수록 금융안정 효과는 축소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1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 상승 요인으로는 수급·심리(36.2%)와 금리 인하(22.3%)가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금융안정 효과가 실수요자에게는 곧 제약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으로는 6·27 대책으로 가계대출과 주담대 증가폭이 줄었고, 9·7 대책은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지나칠 경우 거래절벽 심화로 매물이 쌓이는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가계부채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지금은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지금 나타나는 수치는 가계대출 및 주담대의 증가폭이 줄었다는 의미일 뿐, 가계부채의 절대 규모가 줄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한국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 금리가 내려가면 대출 수요가 다시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현행 규제 기조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실수요자에 대한 파급 효과도 분명히 짚었다. 그는 "실수요자에게 부담이 커지는 만큼 종국에는 수요 확대를 위한 연착륙과 자연스러운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며 "만일 자연스러운 공급 확대로 연착륙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규제가 지속된다면 실수요자들의 거주 이전 자유가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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