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0.02 13:50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국민은행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이 투자자의 '경험'을 근거로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부정한 첫 판결이다.
이에 따라 벨기에 부동산 펀드 피해자 소송도 비슷한 결과를 맞을 것으로 보이지만, 법조계에서는 두 사건의 법적 쟁점이 뚜렷이 달라 다른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투자자 A씨가 국민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1억5000만원 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2021년 국민은행 지점에서 가입한 ELS에서 2억8000만원 중 절반 이상을 잃고 "위험 고지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불완전판매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이미 2013년부터 수차례 ELS에 투자한 이력이 있다는 점을 들어 "은행이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투자 손실의 원인이 은행의 과실이 아니라 투자자의 '자의적 선택'에 더 가깝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같은 고위험 구조와 불완전판매 논란을 안고 있는 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 2호(벨기에 펀드) 소송도 같은 결말을 맞게 될까. 법조계는 이 사건의 핵심은 투자자의 경험 여부가 아니라 운용사의 '정보 제공 의무' 위반 여부라고 본다.
벨기에 펀드는 국민·우리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공모형 부동산 펀드로, 벨기에 브뤼셀의 TDO 빌딩 임대수익을 기반으로 했다. 그러나 환헤지 전략 변경과 선순위 대주의 자산 처분으로 지난해 말 기준가가 1원까지 떨어지며 사실상 전액 손실 상태에 이르렀다.
피해자 측은 운용사가 3개월마다 공시해야 할 운용보고서를 절반 이상 누락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상품 구조적 리스크와 핵심 정보 고지를 누락한 불완전판매라고 주장한다.
장성원 법률사무소 장원 대표 변호사는 "벨기에 펀드 사태의 경우 운용사가 수시공시 자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 변호사는 "이번 ELS 사건은 투자자의 경험과 이력이 판단 근거였지만, 벨기에 펀드는 공시·고지 의무가 쟁점"이라며 "같은 결과가 나오리라 단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다수 피해자가 타인의 권유로 투자에 나선 만큼 다른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윤상 변호사(벨기에 펀드 단체소송 대리인) 역시 "벨기에 펀드는 일반적인 절차상 하자라기보다는 투자설명서상의 하자를 다투고 있어 승소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 변호사는 "다만 판사마다 판단이 다르고, 또 1심인 만큼 항소 과정에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그런데도 '이제 소송해도 안 된다'는 식으로 단정적으로 알리면, 유사한 피해사례를 가진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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