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희진 기자
  • 입력 2025.06.19 15:23

피해자 "상품 구조 설명 없이 판매"…불완전판매 주장

피해자들이 상여를 앞세워 한국투자증권 본사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차진형 기자)
피해자들이 상여를 앞세워 한국투자증권 본사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차진형 기자)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벨기에 부동산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상여를 앞세운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판매사들이 상품 구조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자산에 투자하도록 하고, 후순위 변제와 위험등급 등 핵심 정보를 뒤늦게 알렸다고 주장한다.

19일 벨기에코어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 2호에 투자한 투자자 100명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과 한국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진상 규명과 원금 보상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꽃상여를 앞세워 단순한 자산 손실을 넘어 생활 기반이 무너졌다고 호소했다.

해당 펀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설정하고, 한국투자증권·우리은행·국민은행이 판매한 5년 만기 공모·폐쇄형 부동산 펀드다. 펀드재산은 농협은행이 보관하고, 일반사무관리는 국민은행이 맡았다. 투자 대상은 벨기에 브뤼셀의 TDO 빌딩으로, 현재 벨기에 법무부 산하 기관인 RDB(Regie Des Batiments)가 전면 임차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원클릭 시스템에 공시된 가격 변동 추이를 보면, 펀드는 2020년 4월 29일 기준가 1026.62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2023년 3월 31일 675.77원, 지난해 4월 30일에는 271.57원으로 급락했다. 이어 지난해 말 기준가는 1원까지 하락하며 사실상 전액 손실 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판매사들은 지난해 5월 23일 수익자 총회를 개최해 신탁계약기간 기존의 5년에서 10년으로의 변경(2029년 6월 13일 만기)하고 기존의 환헤지 전략을 환노출 전략으로 전환했다. 

김화규 벨기에 코어오피스 부동산 펀드 피해자대책협의회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희진 기자)
김화규 벨기에 코어오피스 부동산 펀드 피해자대책협의회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희진 기자)

투자자들은 고위험 요소가 사전에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자자 박 모 씨는 "판매 당시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가능하다는 안내만 받았고, 배당이 중단된 뒤에야 상품 구조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국민은행을 통해 가입한 투자자 김 모 씨 역시 "담당 PB가 벨기에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 한 원금과 배당에는 문제가 없다"며 "기존 안전자산에서 해당 펀드로 변경할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김화규 피해투자자 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번 사안은 단순한 투자 실패가 아니라, 정보 비대칭과 불완전판매, 구조적 불투명성이 결합된 금융소비자 보호 실패 사례"라며 "금융사는 '안정성'이라는 표현으로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투자자들은 ▲한국투자증권의 공식 사과 ▲원금 회복 대책 수립 ▲금융당국의 진상조사 및 제재 ▲펀드 설계·판매 과정 전반에 대한 조사 ▲유사 해외 부동산 펀드에 대한 전수조사 등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측은 "판매 건에 대해 신속하고 객관적으로 불완전판매 여부를 검토해, 그 결과에 따라 전체의 약 70% 수준으로 보상을 진행해왔다"며 "현재 시위 중인 일부 투자자와는 보상 기준에 대한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법적 절차와 기준에 따라 성실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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