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6.25 08:00
"보고했지만 전달 안 돼"…자본시장법상 의무 '허점' 노출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전액 손실이 발생한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신탁 2호(파생형) 펀드를 둘러싸고 운용보고서 미송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자산운용사는 공시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고객들은 "운용보고서를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해당 펀드를 운용한 한국투자리얼에셋자산운용은 2022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14건의 자산운용보고서를 공시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펀드가 2019년 6월 설정돼 약 6년 동안 운용된 공모펀드라는 점이다. 자본시장법상 3개월마다 운용보고서를 공시하고 수익자에게 송달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25건 이상의 보고서가 존재했어야 한다. 절반 가까운 보고서가 누락됐거나, 투자자들이 인지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공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본시장법 제93조 제3항은 집합투자업자(운용사)가 자산운용보고서를 작성해 수익자에게 송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시 방식은 홈페이지, 전자우편, 문자, 우편 송달, 영업점 비치 등 다양하게 인정된다.
◆운용사는 '책임 회피', 판매사는 '모르쇠'…누구에게도 닿지 않은 보고서
한국투자리얼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공시는 모두 이행됐고, 업로드 위치가 분산돼 있었을 뿐"이라며 "보고서는 판매사에 통보되며, 고객은 본인이 가입한 판매사를 통해 수령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개인정보보호법상 운용사는 개별 고객에게 직접 보고서를 제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노윤상 변호사(해당 펀드 단체소송 대리)의 입장은 정반대다. 노 변호사는 "운용사가 수시공시 자체를 하지 않았다"며 "공모펀드로서 자본시장법상 심각한 하자가 있는 사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다만 소송의 핵심은 보고서 미송달 자체보다는 예상치 못한 선순위 대주의 자산 처분으로 인해 전액 손실이 발생한 구조적 리스크와 핵심 정보의 고지 누락 여부"라고 덧붙였다.
판매사인 은행 측 설명도 석연치 않다. 은행 관계자는 "해당 펀드 운용보고서는 전 기간에 걸쳐 발송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면서도 "2023년 이전의 경우, 고객이 실제로 수령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예탁원이 고객 정보를 1년 단위로 보관하기 때문에 송달 여부 파악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보고했지만 전달 안 돼'…'깜깜이 투자'에 발목 잡힌 고객들
결국 이번 사태는 형식적인 공시만 이뤄지고 실질적인 정보 전달이 되지 않아 고객들이 투자 자산의 위험 구조나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인지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이는 단순한 송달 실패를 넘어, 공시 자체의 누락과 정보 전달 구조의 단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운용사는 공모펀드임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공시해야 할 자산운용보고서 일부를 누락했고, 판매사 역시 고객 송달 여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고객 보호와 정보 전달이라는 기본 원칙이 송두리째 무너진 상황에서, 한국투자리얼에셋자산운용과 판매사인 은행들 모두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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