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서부 전선에서 중공군 동태는 활발하지 않았다. 서울 재점령을 목표로 해서 벌였던 공세가 곳곳에서 꺾였기 때문이다. 가평에서는 캐나다 군대 등이 분전을 펼쳤다. 경기 북부 지평리에서는 미군 1개 연대가 중공군 몇 개 사단을 상대로 치열한 방어전을 펼쳐 중공군의 기세는 차츰 바닥을 향해 가는 중이었다. 가평천을 넘어 이동하는 캐나다 군대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다. 수적으로는 열세에 있었으나 각 유엔군 예하의 부대들은 맡은 전선을 충실히 지켰고, 때로는 중공군을 압박하며 북상했다. > ‘플라잉 박스’라는 별칭을 얻었던 미군 C-11
시의時宜라는 단어도 있다. 그 때, 또는 그런 상황에 맞는다는 뜻이다. 거기에 우리는 적절適切이라는 단어를 붙여 시의적절時宜適切이라는 성어까지 만들었다. 의인宜人과 의민宜民이라는 단어도 있다. 사람(人) 또는 백성(民) 등을 편안하게 살도록 하는 일이다. 옛 관원官員들에게 내려진 임무에 해당한다. 국가의 근간인 사람과 백성 등을 잘 살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수 없다.의당宜當이라는 단어도 많이 쓴다. ‘마땅히’라는 뜻이다. 스웨덴의 유명한 가구업체가 IKEA다. 이 기업체가 중국에 진출할 때 한자 이름을 달
조선 왕조에 줄곧 이어졌던 악습의 하나가 노비(奴婢)를 제도로서 인정했던 일이다. 노비는 종이나 하인, 머슴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졌던 존재다. 노예(奴隸)라고도 부른다. 달리는 노복(奴僕)으로도 일컬었다. 누군가에게 잡혀 인신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잡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이다.奴(노)는 폄하하는 뜻을 지닌 글자가 다 그렇듯이 ‘女(여)’가 등장한다. 원래 奴(노)의 초기 꼴은 여자를 붙잡는 모습이다. 여성 등을 잡아 데려와 일을 시키는 일, 그 결과로서 남에게 매여 심부름하는 이를 지칭하는 글자로 자리 잡았다.隸(예)라는 글자는 일
집안일을 돌보는 이를 일컫는 말이 가신(家臣)이다. 왜 굳이 臣(신)이라는 말을 붙일까 살짝 의문이 든다. 이 글자가 보통은 어엿한 직함을 지니고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에게 많이 따라 붙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자의 원천을 따져보면 어느 정도 수긍은 간다.臣(신)은 원래 전쟁 등으로 잡힌 이가 어딘가에 붙들려 와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글자다. 전쟁 포로, 나아가 그런 상황에서 붙들려 와 잡일을 하는 노예인 셈이다. 따라서 가신(家臣)이라고 적으면 일차적으로는 집안의 노예, 다음은 주인을 위해 일하는 사람의 뜻이다.그보다 세월이 흐른 뒤
요즘 이 말 함부로 쓴다. 촛불 집회의 성난 민심 현장에서 정치적 구호로 마구 외쳐대는 말이었으면 그러려니 한다. 국회의원으로서 의정(議政)을 담당하는 현역 정치인, 더구나 법을 전공해 법조인으로서도 활동했던 사람의 입에서 이 말이 터져 나오면 주목할 일이다.부역(附逆)이라는 단어의 정확한 풀이는 ‘반역 집단을 돕는 행위, 또는 그런 사람’이다. 왕조시대 왕권이나 정통의 자리에 선 사람에 대항하는 행위 등을 지칭했다. 왕조시대의 쓰임에서 이 말은 혹독한 정의(定義)에 해당했다. 왕조에 저항하는 집단이나 사람은 곧 극형으로 죽음을 면
다음 글자 宜(의)가 사실은 이 역에서 집중적으로 살필 대상이다. 집을 가리키는 부수인 갓머리 ‘宀(면)’을 위에 두르고 있으니 이 글자는 필히 집이나 건물, 그와 유사한 건축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글자는 한자漢字의 초기 형태인 갑골문에서 집 안에 도마(俎), 그 위에 고기 등이 올라가 있는 모습을 가리키는 것으로 등장한다.1호선 영등포 역 등에서 이미 설명한 내용의 하나다. 여기서 도마를 가리키는 俎(조)는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부엌의 도마와 조금 뜻이 다르다. 그런 경우도 있지만, 옛 동양의 한자 세계에
요즘 가장 뜨거운 말이다. 대통령 탄핵(彈劾)을 앞두고 국회가 표결을 벌이기 때문이다. 사전적인 정의로는 이렇다. “일반 사법절차로는 소추나 처벌이 어려운 정부의 고급공무원이나 신분이 강력하게 보장되어 있는 법관 등에 대하여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헌법 또는 법률이 정한 바에 소추하여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제도.”그 낱말의 구성이 궁금해진다. 앞의 글자 彈(탄)은 우리가 자주 사용한다. 포탄(砲彈)이나 총탄(銃彈), 폭탄(爆彈)과 방탄(防彈) 등으로 말이다. 이런 조합에서의 새김은 뚜렷하다. 죽거나 다치게 할 목적으로 쏘는 총알과도
> 네덜란드 혈통을 지닌 미 장성이 신임 미 8군 사령관으로 부임했다. 그 이름은 제임스 밴 플리트. 1951년 4월이었다. 한국의 전선을 지탱하던 도쿄의 유엔군 총사령관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은 미 정부로부터 해임 조치를 받았다. 그 후임으로 미 8군 사령관이었던 매슈 리지웨이 대장이 올랐다. 공백이었던 신임 미 8군 사령관으로 밴 플리트 장군이 도착했던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에게는 매우 특별한 사령관이었다. ‘혼신의 힘’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모든 역량을 집중해 한국의 전선을 막고, 아울러 그 토대인 한국 군대의 증강을 지원했기
부채질로 바람을 일으켜 불을 더 잘 지피는 행위가 선동(煽動)이다. 우리말 쓰임새도 잦은 단어다. 원래는 가볍게 밀어 젖히는 작고 가벼운 문을 가리켰던 글자가 扇(선)이다. 우리는 보통 사립문으로 으뜸의 새김을 말한다. 그러나 장식을 단 작고 가벼운 문이 원래의 뜻이었다고 보는 게 좋다.그런 작고 가벼운 문은 나중에 ‘부채’라는 뜻도 얻었다. 문의 모양새와 손에 쥐고 흔들어 바람을 일으키는 부채가 닮은꼴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다시 불을 가리키는 글자 火(화)를 붙여 다시 만든 한자가 煽(선)이다. 그러니 뜻은 분명하다. 불길을 더
한자는 쉽지 않으나, 이 도탄(塗炭)이라는 낱말은 자주 쓴다. 특히 우리말에서는 일반 사람들의 살림 형편을 표현할 때 자주 등장한다. “민생(民生)이 도탄에 빠졌다”고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아주 어려운 삶의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도탄은 곧장 풀면 진흙탕과 재 구덩이다. 진흙탕은 아주 고단한 길을 가리키는 말이다. 단어를 이루는 첫 글자인 塗(도)의 초기 꼴을 보면 사람이 걷고 있는 물기 많이 깔린 땅의 모습이다. 그로써 아주 지나가기 어려운 길, 또는 그런 길을 가는 행위로 풀 수 있는 글자다.다음 글자 炭(탄)은 원래 석탄 등
이 말 자주 쓴다. “분탕질을 한다”면서 말이다. 매우 나쁘게 들리는 말이다. 구성은 이렇다. 불을 질러 없애는 일을 焚(분)이라고 적었다. 물로 깨끗이 씻어 없애는 일은 蕩(탕)으로 적었다. 따라서 焚蕩(분탕)이라고 하면 불을 지르거나, 물로 아예 대상을 없애는 행위다.사실은 난리에서나 가능한 말이다. 전쟁이나, 고통이 매우 깊은 재난이 벌어진 뒤 모두 없어져 사라지는 경우를 일컫는 단어다. 따라서 남에게 “분탕질을 하다”라고 하면 매우 고약한 행위를 비판적으로 지칭하는 경우다. 함부로 타인에게 안길 수 있는 말은 아니다.쓸어서
한국에서 번진 이른바 ‘최순실 사태’를 두고 중국인들이 쓴 단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를 일컬으면서다. 閨蜜(규밀)이라는 이 단어는 아주 가까운 여성과 여성의 친구사이를 가리킨다. 중국 언론들은 연일 이 단어와 함께 한국의 대통령 주변에서 벌어진 스캔들을 다루고 있다.앞의 글자 閨(규)는 낯설 수 있지만, 쓰임새를 따져보면 결코 우리와 거리가 먼 글자는 아니다. 바로 규수(閨秀)다. 예전에 ‘남의 집 처녀’를 일컬을 때 심심찮게 쓴 단어다. 규방(閨房)도 마찬가지다. 남의 집 부녀자 거처하는 방을 가리키는 말이다. 규중(
예전에는 사대문四大門 안이 진짜 서울이었다. 동대문과 남대문, 서대문과 북대문 안의 지역 말이다. 그곳 말고는 지금 서울의 다른 지역은 대개가 경기도에 속했었다. 지금 우리가 닿는 역, 구의九宜 역시 마찬가지다. 우물이 아홉 있었다고 해서 붙여졌을 구정동九井洞, 그 옆의 산의동山宜洞 등을 행정적으로 합치면서 두 명칭 중 각 한 글자씩을 따서 만든 이름이 구의九宜다.모두 조선시대 경기도 양주군에 속했다가 서울의 권역에 들어온 동네다. 역시 일제 강점기 초반인 1914년 행정구역 조정 및 개편 작업에 따라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는 설명이
> 6.25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1949년 부임했던 1사단을 떠나는 백선엽 사단장이 예하 장병들과 헤어지는 장면이다. 전쟁 직후의 임진강 전선, 이어 쫓겨 내려간 낙동강 전선, 북진 길에 올라 한 걸음에 내달린 평양의 전선, 중공군과의 첫 조우전을 벌였던 평북 영변의 전선, 1.4후퇴 때의 평양~임진강 전선, 서울 재탈환을 위해 나서야 했던 전선…. 그 전선에서 동료로서, 전우로서, 지휘관과 장병으로서 함께 서서 적을 맞아 싸웠던 백 장군과 1사단의 부대원들이었다. 전쟁에서 동료와 전우의 의미는 심대하다. 함께 어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