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의 중심을 이루면서 물길을 유지하는 좁고 긴 곳을 하도河道라고 적으며, 그곳에서 이뤄지는 물의 흐름을 하류河流라고 하는데, 이 둘을 합쳐 부르는 정식 명칭이 바로 하천이다. 하천으로서 큰물의 흐름을 형성하는 게 본류本流, 그곳에 흘러들어 물을 보태는 내를 지류支流로 다시 나눈다.물 흐름에 따라 만들어진 내의 바닥을 하상河床, 그 양쪽이나 한 곳에 넘치는 물을 막기 위해 쌓은 둔덕을 제방堤防으로 적는다. 고수부지高水敷地는 한 때 자주 썼던 말이지만, 일본식 한자 용어라서 잘 쓰지 않는다. 우리 생활과 행정상의 적지 않은 용어들이
우리 생활 속에서 차츰 없어져가는 편지(便紙)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주고받는 메일이 편의성에서는 워낙 뛰어나 글을 써서 봉투에 넣은 뒤 우표까지 붙여 보내는 편지가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손수 적은 글을 정성껏 봉투에 담아 보내는 편지의 정서적 크기는 줄어들지 않는다.그런데 왜 便紙(편지)라고 했을까. 구성이 조금은 의아하다. 그저 사람 편(便)에 보내는 글(紙) 정도로 풀 수 있다. 오랜 한자어로는 보이지 않는다. 글자의 조합도 세련미와는 거리가 멀다. 동양에서 편지를 가리키는 단어는 퍽 많은 편이다.대표적인 것은 서신(
> 1951년 1월 4일 중공군이 서울을 점령했다. 아군은 이미 소개한 대로 북위 37도선까지 밀렸다. 안성 인근의 입장이라는 곳에 전투 지휘부를 차린 한국군 1사단은 전체 유엔군과 함께 반격에 나서야 했다. 더 밀릴 경우 한국의 운명은 위태롭기 짝이 없었다. 이제 반격의 때는 왔다. 리지웨이 신임 미 8군 사령관은 그런 무렵에 나타난 용장(勇將)이었다. 그는 강력한 공격력을 앞세워 중공군의 예봉을 꺾고 서울을 탈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차를 앞세운 위력 수색이 벌어졌다. 강력한 공격력으로 무장한 선두를 앞세워 수색을 펼치면서 적
그 점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산둥은 어딘가 우리에게 익숙하다. 한반도의 태안반도와 중국의 산둥 반도는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다. 오죽하면 서산이나 당진에서 건너편 산둥의 닭이 울음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허풍까지 놨을까. 지리적으로 근접하면 사람의 발길도 잦아진다. 산둥은 한반도와의 인접성 때문에 고래로 한반도 사람들의 발길이 부지런히 이어진 곳이기도 하다.또 다른 의미에서 산둥이 어딘가 모르게 한반도 사람들에게 친숙해 보이는 요소가 있다. 바로 ‘동이(東夷)’ 때문이다. 한반도의 혈계(血系)를 문명적 요소로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분류
뚝섬을 마주 보는 한강 남쪽의 마을 이름이 신천이었다. 한강의 지류가 새로 생겨나 뚜렷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새내강, 새내, 새개, 신천강, 신포 등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이곳에 언제인가 큰물, 즉 홍수洪水가 들면서 생긴 한강의 갈래라는 설명이다.이 신천新川이라는 동네 이름은 전국 여러 곳에 등장한다. 물의 흐름은 늘 일정하지가 않아 큰물이 닿을 경우 갈래가 여럿으로 번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전국 여러 곳에 산재한 다양한 한반도의 하계河系 역시 수많은 흐름과 갈래를 보였을 테고, 낯선 물 흐름이 나타났던 곳에서는 심심찮게 이 신천
> 1951년 1월의 전선은 북위 37도 선에서 만들어졌다. 싸우는 선, 戰線(전선)이었다. 전 해 10월 19일 압록강을 넘어섰던 중공군은 1~2차 공세로 한국군을 포함한 유엔군의 북진을 막는 데 성공했다. 12월 말에 시작한 3차 공세로 중공군은 서울을 점령했고, 그에 밀린 유엔군은 37도선으로 후퇴했다. 한국군 1사단이 주둔한 지역은 안성 인근의 입장이라는 곳이었다. 그곳에 적의 눈을 피하기 위해 위장막을 설치할 요량으로 그물을 친 아군 이동 트럭의 모습이다. 그 때부터가 반격의 시작이었다. 후퇴 또한 작전의 일환이라 그를 제
이 산둥은 어쩐지 우리와 매우 친숙하다. 6공 정부의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은 중국에서 매우 좋은 대접을 받는 한국 정치인이다. 그가 대통령으로 재임할 당시 한국은 중국과 수교를 했다. 한반도 분단의 비극적 상황을 딛고 냉전의 대립적 구도를 넘어서 ‘죽의 장막’을 헤치고 나온 중국과 국교를 텄으니, 친구 사이의 의리를 세심하게 따지는 중국의 입장에서 노 전 대통령은 ‘정말 좋은 친구’, 즉 ‘라오펑여우(老朋友)’가 아닐 수 없다.그래서 퇴임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 현직의 국가원수 못지않은 대접을 받았다. 그런 중국
남쪽 해역에 닥친 태풍 지나면 가을의 기운은 바야흐로 깊어진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가을 정취가 이제 곧 우리 눈에 가득 들어올 테다. 가을을 표현하는 말은 퍽 많이 발달했다. 온 산을 물들이는 붉은 잎사귀는 그 많은 표현 중의 극히 작은 하나다.개인적으로는 이 말 좋아한다. ‘한 밤 중 오동나무 잎사귀에 떨어지는 비’다. 한자로는 ‘梧桐葉上三更雨(오동엽상삼경우)’다. 여러 시인들이 즐겨 썼던 말이다. 보통은 오동나무 잎사귀와 밤중에 내리는 비를 병렬하는 경우가 많다. 오동은 잎이 매우 크다. 그래서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유독
이것도 도(道)라면 도인지 모른다. 그 ‘도’라는 것은 진리의 요체, 궁극적으로 가야 마땅한 길을 가리키는 글자다. 따라서 왠지 이 권(權)이라는 글자 앞에는 좀체 갖다 붙이기가 망설여진다. 그럼에도 ‘권도(權道)’라는 말은 가끔 쓰인다.여기서 權(권)이라는 글자는 단순히 ‘힘’이 아니다. 조금 설명이 필요한 글자다. 흔히들 권의(權宜)라는 말을 사용한다. 방편을 좇아 임의대로 움직인다는 뜻의 단어다. 권변(權變)이라는 말도 있다. 일의 형편에 따라 유리한 방향을 취하는 행동이나, 그런 상황이다.맹자(孟子)는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앞의 글자 綜(종)은 종합綜合이라는 단어 외에는 일반적 쓰임새가 많지 않다. 사전을 뒤적이면 종핵綜核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사물의 이런저런 면모를 모두 모아두고 철저하게 그 앞과 뒤를 살피는 일을 가리킨다. 綜覈(종핵)이라고도 쓰는데, 말의 뜻 자체가 깊이 닿지 않아 잘 쓰지 않는 말이다.착종錯綜이라는 낱말도 있다. 에 등장하는 용어인데, 원래는 이리저리 늘어놓아(錯) 모아서 정리(綜)한다는 뜻이다. 역시 현대 한국어에서의 쓰임은 많지 않다. 어려운 뜻을 지닌 단어에 해당하고, 가리킴이 뚜렷하지 않아서 그럴
중국의 문명적 요소는 아주 다양한 갈래를 보인다. 흔히 중국을 ‘황하(黃河) 문명’이라고 하는데, 이는 일종의 ‘무단(武斷)’이다. 이 무단이 무엇인가. 조심스럽고, 차분하며, 이지적으로사물이나 현상 등을 바라보지 않는 자세다. 칼로 무 베어내듯, 일도양단(一刀兩斷)으로 앞뒤 위아래를 뚝 잘라내고 한 면만을 강조하거나 내세우는 일이다.‘중국’이라는 곳에 숨어 있는 다양한 갈래를 단칼에 자른 뒤 그 중의 일부분인 ‘황하’만을 내세워 “중국은 황하문명의 소산”이라고 한다면, 이는 정말 터무니없는 재단(裁斷)에 해당한다. 끊을 때 끊더라
1988년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이 지어지면서 붙은 역명이다. 한국 최초의 올림픽이었으니, 당시 그 장면을 직접 목격했던 세대의 사람들이야 적지 않은 감동을 아직도 고스란히 가슴에 품고 있을 듯하다. 대한민국이 고되고 거친 여정을 거쳐 마침내 세계적인 국가로 부상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장면이다.일반적으로는 ‘잠실 종합운동장’으로 불린다. 잠실蠶室의 너른 들판에 세워져 있는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과 야구장 등으로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는 곳이다. 그 잠실蠶室에 관한 여러 이야기는 이 종합운동장역을 지나 다음다음의 역에 닿으면
관개운집(冠蓋雲集)이라는 중국 성어가 있다. 관(冠)은 벼슬아치들이 머리에 쓰는 사모(紗帽)를 의미한다. 개(蓋)는 벼슬아치들이 즐겨 탔던 수레 위에 올린 양산 또는 우산과 같은 장치다. 맑은 날에는 햇빛을 가리고, 비가 올 때에는 비를 막기 위해 수레 위에 올린 장치다. 사모관대(紗帽冠帶)의 벼슬아치, 그리고 그들이 타고 다니는 수레의 우산과 같은 장치들이 사나운 비 내리기 전의 구름처럼 새카맣게 몰려있다는(雲集) 상황을 형용한 말이다.베이징은 그 ‘관개운집’의 전형이다. 우리말에도 ‘서울 가서 벼슬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 후퇴의 형국에 들어서면 적에게 쫓기는 상황이서 당황스럽다. 그러나 이 또한 오랜 훈련을 통해 배우며 익혀야 하는 과정이다. 지휘관은 당황스럽더라도 스스로를 잘 눌러야 한다. 지휘관이 흔들릴 경우 싸움터에서는 아주 불길한 상황을 맞는다. 대열이 흐트러져 분산(分散)의 경우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휘관은 냉정함과 함께 불안감을 누르는 극기의 능력도 갖춰야 한다. 흔들리는 전선의 대오를 곧추 잡기 위해서는 부대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늘 필요하다. 1950년 12월 중공군 3차 공세에 밀려 평양과 황해도를 거쳐 임진강 일대로 후
따라서 三成(삼성)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 역의 이름은 제법 의미심장하다. ‘이루다’ ‘성취하다’의 새김인 成(성)이라는 글자에 결코 가볍지 않은 의미의 三(삼)이 붙어 있으니 그렇다. 그러나 원래의 유래는 앞에서 설명한 대로이니, 너무 나아갈 것은 없다. 단지 우리의 관심은 成(성)이라는 글자에 머물 뿐이다.이 글자 成(성)에는 무기의 일종인 戈(과)가 들어 있다. 그러나 戈(과)는 무기이기에 앞서 일종의 도구라고 보는 게 맞다. 도끼나 끌, 대패 등으로서 나무를 깎거나 다듬는 그런 도구 말이다. 그런 도구를 이용해 사물을 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