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다 버리는 일이 유기(遺棄)다. 요즘은 자신이 키우던 애완동물을 먼 곳에 버리는 행위 등을 일컬을 때 자주 쓴다. 이른바 ‘유기견(遺棄犬)’의 사례가 그렇다. 이 말은 법률 용어로도 자주 쓰인다. 직무를 태만히 하는 정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경우다.두 글자는 모두 그런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앞의 遺(유)는 남에게 주는 행위, 뒤의 글자 棄(기)는 ‘버리다’의 새김이 강하다. 처음 글자꼴을 보면 그 점이 뚜렷하다. 앞의 遺(유)는 ‘움직이다’ ‘가다’라는 의미의 辶(착)에 두 손으로 뭔가를 쥔 손의
그럼에도 공융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의 기질은 매우 굳세다. 앞의 일부 지역을 지나면서 쓴 표현이지만 한자로 적으면 ‘강렬(剛烈)’함이다. 이는 우리가 자주 쓰는 ‘강렬(强烈)’과는 다르다. 앞의 강렬함은 사람의 의지가 매우 견고해 바깥으로 그를 표출하는 기운도 강함을 표현한다. 뒤의 강렬은 봄에 피는 벚꽃처럼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왔다가 역시 한꺼번에 와르르 몰려나가는 짧은 박자(拍子)의 ‘세기’만을 나타낸다.산둥의 그런 강렬함은 공융의 뒤에도 이어졌다. 산둥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영웅이 있다. 바로 척계광(戚繼光)이다. 그는
마침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시를 지은이가 김소월인데, 그의 고향이 영변寧邊이다. 요즘은 핵을 개발해 남쪽의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 정권의 핵 발전 시설 때문에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왜 하필 그런 이름을 얻었을까. 이곳은 군사적으로 유서가 깊은 곳이다. 우선 이름 자체는 변경(邊)을 편안히 하자(寧)는 뜻이다. 이곳은 철옹성鐵甕城으로 유명하다. 험준한 산세山勢를 따라 만든 방어형 성채가 있었다고 한다.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었고, 그에 따라 변경을 제대로 지켜낸다는 뜻을 얻었다.“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으뜸’이자 ‘머리’를 가리키는 元(원)이라는 글자에 ‘늙음’ ‘노인’이라는 의미의 老(로)가 합쳐져 이룬 단어 원로(元老)다. 가장 ‘비중’이 큰 경험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런 비중은 대개 정치적인 면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 원로라는 단어가 특히 그렇다.원래 이 단어는 중국 땅에 들어선 왕조의 최고 권력자인 황제(皇帝), 즉 천자(天子)의 늙은 대신을 가리켰다고 한다. 천자는 비록 하늘 아래 최고의 권력을 쥔 사람이기는 하지만 세상살이의 경험에서 나이가 든 대신 등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천자에게 천하를 경략하는
험한 말이 입에서 마구 튀어나오는 경우다. 흔히 일컫는 험구(險口)의 일종으로서 일정한 대상을 두고 온갖 험한 말로 욕보이는 행위다. 비방(誹謗)은 따라서 법률적으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사실이 아닌 허위에 입각해 그런 일을 벌일 때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단어를 구성하는 두 글자 모두 ‘헐뜯다’의 새김이다. 그러나 일부 자전 등에서는 앞의 誹(비)를 몰래 하는 행위, 뒤의 謗(방)을 공공연하게 떠드는 일로 설명한다. 남의 뒤에 서서 은밀하게 상대를 헐뜯는 일, 대놓고 상대의 약점 등을 비난하는 행위 둘을 모두 일컫는 단어가 ‘비
순우리말로 보이지만 사실은 한자(漢字) 낱말이라고 한다. 우리말 쓰임에서는 결코 좋은 새김으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보통은 땡땡이 중, 땡초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표준은 땡추라는 설명이 있다. 원래 한자는 당취(黨聚)라고 했다.원래 한자 표기가 그러니 이는 누군가 무리를 지어 모여 든 상태, 또는 그런 집단이다. 조선의 숭유억불(崇儒抑佛)이라는 이념적 지향과 관련이 있다. 조선을 짓눌렀던 성리학(性理學)의 근간에 기대 권세를 누렸던 유교 집단은 그 수혜자다. 그렇지 못한 일반 상민(常民), 성리학과 노선이 아주 달랐던 불가(佛
어느 한 집단의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에 영수(領袖)가 있다. 요즘 한국에서는 자주 쓰지는 않지만 한 때 버젓이 쓰였던 말이다. 중국에서는 ‘정상회담’ 등을 거론할 때 이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한다.옷깃을 일컫는 領(령)과 소매를 가리키는 袖(수)의 합성이다. 그냥 옷깃이라고 할 수는 없고 눈에 잘 띄는 목 부위의 옷깃을 지칭한다. 옷을 이루는 옷감과는 다른 색깔의 천으로 대는 곳이 옷깃이다. 그 중에서도 목 주변에 걸쳐 대는 옷깃은 사람들 눈에 특히 잘 띈다.소매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은 말을 할 때 손을 자주 움직이
우리가 자주 쓰는 한자 낱말 중의 하나가 금도(襟度)다. 襟(금)이라는 글자는 옷깃을 가리킨다. 그 가운데서도 가슴 부위에 해당하는 옷깃을 지칭하는 글자다. 따라서 눈에 많이 띈다. 남에게는 숨기려고 해도 제대로 숨길 수 없는 곳이다.이 글자는 사람의 ‘마음’을 말하기도 한다. 가슴은 마음을 품는 곳으로 옛 사람들은 생각했기 때문이다. 머리에 머무는 것은 생각이지만,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대개 가슴에 깃든다고 여겼다. 포부(抱負), 이상, 뜻, 지향 등은 따라서 사람의 이런 가슴과 관련이 있다.그 정도와 크기, 수준 등을
우리에게 친근한 말이 동창(東窓)이다. 그런 말일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가깝게 여겨지는 명사다. 조선시대 문인이자 정치인이었던 남구만(南九萬 1627~1711)의 시조에 등장하면서 더 가깝게 다가섰던 단어이기도 하다.영의정까지 지냈던 남구만은 시골에 내려가 정착한다. 그러면서 현지의 사람들에게 농업을 권장하는 권농가(勸農歌)를 하나 지었다. 그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 키우는 아이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느냐, 그렇다면 저 긴 밭을 언제 다 갈려고 하느냐는 물음이 이어진다.아이를 농사에
박근혜의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에 대한 완벽한 영어 번역이라고 올라온 패러디가 있다.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의 ‘Creep(역겨워)’이다. “나는 역겹고, 또라인데 여기서 뭔 지랄인가? 여기서 난 왕따다(But I'm a creep, I'm a weirdo,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I don't belong here).” 참으로 적절한 가사다.국제적인 영화배우 송강호는 을 찍은 후 3년간 다른 영화에 출연할
듣는 이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이 단어 체포(逮捕)는 어딘가 으스스하다. 사법기관 등이 법률적인 절차를 집행하기 위해 먼저 벌이는 행위다. 규정으로는 그렇지만, 범법 또는 위법(違法)의 구석을 지닌 사람에게는 언젠가 닥칠 사법의 칼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어려운 한자로 이뤄져 있지만 순우리말로 옮기면 ‘붙잡다’다. 수사를 담당하는 기관이나 사람이 범법과 위법의 혐의를 지닌 사람의 신체를 구속하는 일이다. 그로써 사법적인 절차가 차례대로 펼쳐진다. 따라서 체포는 피의자와 법률이 실질적으로 접촉하는 첫 고리에
한 때 초등학교, 중등과 고등 교육과정에서 교과의 한 축을 이뤘던 단어가 도덕(道德)이다. 바른 생활 태도와 마음가짐을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교과의 한 과정이었다. 그렇지만 “도덕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의 답은 제법 궁색해진다.단어를 이루는 앞 글자 道(도)는 추상적으로나마 아는 지금 ‘도덕’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길을 가는 사람의 행위인 辶(착)이 등장하고, 이어 사람의 머리를 가리키는 首(수)가 보인다. 사람의 몸체는 보이지 않으니 잔인하게 남에 의해 잘린 사람 머리다.그렇다면 잘린 사람
힘이 모이는 곳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정치라는 틀이 만들어진 뒤 힘은 한 군데로 더 모였다. 그런 정치적, 또는 물리적인 힘이 모여 있는 상태나 역량 자체를 우리는 보통 권력(權力)이라고 지칭한다. 그 권력이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범위는 매우 크다.‘권력’을 이루는 앞의 한자 權(권)은 뜯어 볼 필요가 있다. 나무, 또는 그로 만든 지팡이, 나아가 힘 있는 자리 등을 상징하는 木(목)과 황새나 학 등 큰 새를 가리키는 雚(관)의 합성이다. 초기 글자인 갑골문의 형태를 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풀이는 다소 엇갈린다. 그러나
물러서는 일은 나아가는 행위보다 때로는 매우 많은 노심(勞心)에 초사(焦思)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훨씬 더 어렵다. 제가 지닌 상당 부분의 권력과 재물, 기회 등을 저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 때문인지 물러나는 일에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해서 ‘용퇴(勇退)’라는 낱말이 만들어졌다.나름대로 유래가 있는 말이다. 중국 춘추시대 월(越)나라 구천(勾踐)을 도와 오(吳)를 꺾는 데 성공한 사람의 하나가 범려(范蠡 BC536~BC448 추정)다. 그가 지닌 역사적 위상은 매우 높다. 중국 역사의 가장 대표적인 지략가
사전에 따르면 한자 野(야)의 대표적 새김은 ‘들판’이다. 그러나 연원을 따져 올라가서 보면 원래 이 글자는 일정한 지역을 가리켰다. 공자(孔子)에 비해 연대가 더 거슬러 올라가는 주(周)나라 때의 쓰임으로 보자면 그렇다는 얘기다.당시의 이 글자는 구역 지칭으로 등장한다. 세상의 최고 권력자 천자(天子)가 있다는 왕도(王都)를 중심으로 100리(里) 바깥을 郊(교)라고 했고, 그로부터 다시 200리를 더 나가면 그곳이 바로 野(야)다. 그러니까 권력과 행정의 중심, 게다가 사람들까지 집중한 ‘타운’으로부터 가장 멀리 나간 외곽에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