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3.08.11 06:00

2018년부터 운영한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프로그램 결실 맺을 때
매년 개별 역량·자질 평가…이복현 금감원장 "프로세스 진일보" 극찬

KB금융지주 신관 전경. (사진제공=KB금융지주)
KB금융지주 신관 전경. (사진제공=KB금융지주)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올해 KB금융지주는 리딩뱅크에 어울릴 만한 성적표를 받았다. 상반기 2조9967억원의 순이익으로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와 같은 상승세는 윤종규 회장이 이끈 성과다. 윤 회장의 취임 초기인 2014년 당기순이익이 1조4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8년새 3배 넘게 수익성이 오른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KB금융에 윤종규 회장은 없다. 그가 쌓아 올린 공든 탑을 이어갈 후임자를 신중히 선택할 시기다.

회장 교체 시기가 가까워지자 금융권의 관심은 이번에도 외부 출신이 오느냐다. 윤종규 회장 역시 은행 부행장 3년, 금융지주 부사장 3년을 보냈지만 따지고 보면 외부 출신이다. 앞서 황영기, 어운대, 임영록 회장 모두 외부 출신이 회장 자리를 꿰찼다.

윤종규 회장은 KB금융에 마지막 선물로 후계자 승계프로그램을 구축했다. 이번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승계 프로그램을 거친 내부 출신이 숏리스트 명단에 4명이나 올랐다.

후계자 승계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는 기업의 연속성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부 세력에 의해 CEO가 바뀐다면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구사하기 힘들다.

실제 라이벌인 신한금융의 경우 외부 세력에 흔들리지 않은 탄탄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실적 면에서 올해 뒤처지긴 했지만 신한은 10년 전만 해도 도전자의 입장에서 리빙뱅크를 쫓아온 역사가 있다.

과거 신한 사태 등 경영진 간 불협화음이 발생했을 때도 기업의 정신을 잇는 후배들이 나타나 위기를 극복한 저력이 있다. 이처럼 지금 KB금융에 필요한 건 기업의 가치를 이어갈 인재들이다.

일단 차기 회장에 대해선 걱정보다 기대가 크다. 그만큼 KB금융의 후계자 승계프로그램이 잘 짜였단 평가다.

KB금융은 2018년부터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내부에서 인재를 발굴, 육성해 회장 선임 절차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다.

CEO 육성 후보들은 매년 6월 경영현안에 대한 주제발표를 한다. 후보자 간 개별 역량을 강화하고 회추위 역시 후보자를 이해하기 위함이다.

8월에는 외부 전문기관을 선정해 후보자의 역량과 리더십 강화를 목표로 컨설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후보자가 자문 주제에 관한 자료를 작성하고 제출하면 회추위가 관련 Q&A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회추위는 육성 후보자를 오랜 시간동안 관찰과 평가가 이어진다. 이사회, 워크숍, 오찬, 만찬 등에 참여토록 해 회추위가 후보자의 업무역량 뿐만 아니라 자질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다.

KB금융의 승계 프로그램이 진행되자 외부에선 긍정적 평가를 보냈다. 2018년과 2019년 한국ESG기준원 평가에서 2년 연속 지배구조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KB금융이 공표하고 진행 중인 프로세스가 외향 면에서 과거보다 훨씬 진일보한 것"이라며 "숏리스트 6명 중 마련된 절차를 거쳐 선임된다면 기본적인 자질이나 경험은 다 갖춘 분으로 생각한다. 공정한 경쟁 절차를 거쳐 선택받는 것 자체가 회장으로서 자격을 받는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한다. KB금융 역대 회장의 출신을 보고 쉽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굳이 잘못된 역사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 'KB 왕조'의 역사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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