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5.02 18:03
기업 자율성에만 의존…세제 혜택 세부 내용 없어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금융당국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가운데 시장이 기대했던 세제 혜택에 관한 세부 사항들이 빠지면서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업계에서는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위해 조금 더 강력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열고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금융위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의 5가지 특징은 ▲자율성 ▲미래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이사회 책임 등이다. 기업은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할 때 ▲기업개요 ▲현황진단 ▲목표설정 ▲계획수립 ▲이행평가 ▲소통 등을 기재해야 한다. 이에 상장 기업들은 주기적으로 관련 계획을 자율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기업에 너무 많은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프로그램 자체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기업 자율에 맡기는 공시에 대한 실효성 우려가 많다"면서도 "오히려 이는 형식적인 공시를 탈피하고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계획 수립의 이행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밝힌 당근책은 배당·자사주소각 등 주주환원 증가액의 일정 부분에 대한 법인세 부담 완화, 배당확대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등이다.
다만 시장이 기대했던 세제 혜택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금융위는 세제 혜택에 관해 "세제 당국이 아니라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또한 이를 이행하지 않은 기업에 부과될 '패널티'에 관해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김빠진 밸류업 가이드라인 발표에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41포인트(0.31%) 내린 2683.65에 마감했다. 코스피의 하락을 이끈 건 기관 투자자였다. 기관은 1443억원을 순매도해 하락을 이끌었다.
같은 날 코스닥도 1.45포인트(0.17%) 하락한 867.48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90억원, 155억원을 팔아치웠다.
종목별로 보면 그동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 밸류업 수혜주로 분류된 금융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KB금융은 전 거래일 대비 3300원(4.37%) 하락한 7만2300원에, 한국금융지주도 2500원(3.71%) 내린 6만4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보험주도 약세였다. 삼성생명은 전 거래일보다 2700원(3.09%) 내린 8만4800원에, 삼성화재도 9000원(2.90%) 하락한 30만1000원에 장을 끝냈다.
김대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세제 혜택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지 않았고, 여전히 기업의 자율성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에 세제 혜택에 대한 언급만 쏙 빠졌다"며 "정부와 유관기관이 프로그램의 실효성과 더불어 증시 부양을 원한다면 조금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김소영 부위원장 "밸류업 가이드라인, 끝 아닌 시작"
-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공개…PBR·ROE·배당 등 재무지표 목표 공시
- [2일 특징주] 하이브, 1분기 실적 발표에 '약세'
- 뉴욕증시, 파월 '비둘기파' 발언에 일제히 상승…다우 0.85%↑·나스닥 1.51%↑
- [3일 마감시황] 코스피, 밸류업 가이드라인 발표에도 연이틀 하락…2670선 마감
- [주간 증시 전망] 핵심 빠진 밸류업 프로그램에 등 돌린 개미들…증권가 "아직 실망하긴 일러"
- 앰플리파이 "M7 집중투자는 위험…기술주·고배당 ETF에 투자해야"
- KB금융, 아이 키우기 좋은 기업으로 탈바꿈…직장 내 돌봄 공백 최소화
-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밸류업 핵심은 지속 추진"
-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 美·日서 'K-밸류업' 홍보
- 조병규 우리은행장, 자사주 5000주 매입…본부장급 이상 경영진 동참
- 자산운용사 '밸류업' 위해 한자리…"美·日 따라잡을 수 있어"
- 베일 벗은 '밸류업'… 정은보 "패널티 대신 인센티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