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성민 기자
  • 입력 2024.08.28 11:26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월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퇴직연금 성과점검 및 우수사례 확산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월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퇴직연금 성과점검 및 우수사례 확산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회사 합병비율 산정 과정에서 논란을 빚은 두산그룹을 또다시 저격했다. 

이 원장은 28일 오전 금감원에서 열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연구기관 간담회'에서 "합병이나 공개매수 과정에서 지배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원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그간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일정 부분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기도 했다"면서도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자본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상법 제382조의3항(이사의 충실의무)' 개정을 본격 논의 중이다. 현재 법 조문에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라고 명시된 내용을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겠다는 점이 골자다. 

앞서 두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버리고, 적자기업인 두산로보틱스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산밥캣 1주를 두산로보틱스 0.6주와 바꿔야 하는데 합병비율이 적절하게 산정됐는지에 대한 투자자 불만이 나오면서 금감원이 두차례에 걸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연구기관 관계자들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할 필요성에 대해 대부분 공감했다.  

김우찬 고려대 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은 "우리나라 기업 거버넌스는 경영자가 회사 또는 주주 이익이 아니라 본인의 사적 이익에 충성하는 구조"라며 "이는 경영자의 사익 편취, 지배권 강화를 위한 자본거래, 자본투자의 비효율성을 견제할 효과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전적 견제 장치 강화, 주주 행동주의 펀드 활성화, 사후적 책임 추궁 강화를 통해 주주 중심 거버넌스를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이사가 주주를 위해 충실히 업무를 집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현행 상법 체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실효성 있는 조문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장온균 삼일PwC거버넌스센터장은 상법 개정으로 발생할 부작용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장 센터장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는 경영 불확실성 가중, 소송 남발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이사 면책·무분별한 소송 최적화를 위한 보완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도 "이사 충실의무 확대는 이사와 주주 간 법적 위임관계가 없어 현행 법체계상 인정하기 어렵다"며 "현 개정안의 포괄적 특성·불명확성으로 인해 경영상 혼란이 불가피하므로 명확한 행위기준이나 구체적인 사안에 따른 규정을 기반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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