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2.25 12:00
1975년 사명 변경 후 49년 만에 종투사 지정
지속가능경영 모범 사례…내년 목표 '초대형IB'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대신증권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타이틀을 얻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정례회의를 통해 대신증권을 종투사로 최종 의결했다. 이로써 대신증권은 지난 2022년 4월 키움증권에 이어 국내 열 번째 종투사로 지정됐다.
이번 종투사 등극으로 대신증권의 신용공여한도는 기존 자기자본 100%에서 200% 이내로 늘어나게 됐다. 또 헤지펀드에 자금대출이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러커리지서비스(PBS) 업무까지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대신증권의 기업금융(IB) 부문 업무 여력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전신 삼락증권부터 중보증권까지
대신증권의 전신인 삼락증권은 1962년 2000만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설립됐다.
삼락증권 설립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증권회사는 60여 개에 달했다. 그러나 1963년 책동전의 영향으로 투자자들의 증권사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자, 1966년경에는 26개사만이 살아남았다.
1968년 삼락증권은 새출발을 위해 상호를 중보증권으로 변경했다. 이 해 '자본시장육성법' 제정에 따라 증권시장은 전환점을 맞이했다. 정부가 적극적인 기업공개(IPO) 정책을 추진하면서 1973년 한 해에만 42개사가 IPO를 실시했다.
1974년 호황을 이어가던 증권시장에 예상치 못한 시련이 닥쳤다. 중동전쟁 발발로 인한 산유국들의 석유 금수 조치가 세계적인 석유파동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결국 주식시장 상황이 악화되자, 중보증권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사명 '大信증권' 변경…업계 최초 전산화 추진
1975년 양재봉 창업자는 임대홍 미원그룹 회장, 박병규 해태제과 사장 등과 함께 중보증권을 사들였다.
당시 중보증권은 자본금 3억원의 중소형 증권사였다. 이에 새 경영진은 기업 이미지 쇄신을 위해 사명을 '큰 대(大)'와 '믿을 신(信)'으로 이뤄진 '대신증권'으로 변경했다.
사명 변경 후 영업기반을 넓힌 대신증권은 1977년 상반기까지 전국 22개 영업망을 가진 대형 증권사로 성장했다.
빠르게 불어나는 임직원 수와 업무량 증가로 더 넓은 사무실이 필요해진 대신증권은 1975년 11월 27일 명동 구 국립극장 건물을 21억1100만원에 사들이며 증권업계 최초로 자가사옥을 갖게 됐다.
명동 시대의 개막으로 대신증권은 승승장구했다. 인수 당시 10여 명에 불과하던 직원은 1977년 상반기에 300여 명까지 불어났다. 이 해 양재봉 창업자는 대신증권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대신증권은 주식투자 인구가 급증하고 상장 종목 수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업무 전산화 작업에 착수했다. 1978년에는 자체 전산시스템을 가동했고, 1979년에는 정확하고 신속한 시세정보서비스를 위해 업계 최초로 영업부에 시세전광판을 설치했다.
이 같은 노력에 성과도 뒤따라왔다. 대신증권의 주식 점유율은 1974년 1.9%에서 1977년 9.0%까지 뛰어올랐다.

◆금융사고에 찾아온 경영난…임직원 '渾然一體'로 극복
1970년대 후반 대신증권은 위기를 맞았다.
1978년 대신증권 영업부장이 고객 돈을 횡령한 대형 금융사고를 낸 것이다. 이 사건으로 양재봉 사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영난까지 겹치며 대신증권은 영업점 줄이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대신증권은 겹악재 속에서도 직원 교육과 우수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대규모 금융사고에 대한 반성과 동시에 회사의 신용을 회복하기 위해 임원 영업점 담당제를 실시하는 등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했다.
특히 1981년 2월 27일부터 6월 6일까지 전개된 '100일 구두쇠 작전'은 ▲정신자세 개혁 ▲생산성 제고 ▲낭비풍조 배격 ▲사행행위 근절 ▲인화단결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경영진이 선도적으로 경비절감에 나선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여의도 시대 개막…수익 극대화 모색
1985년 대신증권 신축 사옥으로의 이전은 대신증권 역사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으로 여겨진다. 대신증권의 창립 기념일 역시 기존 7월 27일에서 6월 20일로 바뀌었다.
새 사옥을 얻은 대신증권은 업계 대형화와 자본시장 개방에 대비하기 위해 내실을 다졌다. 먼저 대신증권은 유창순 전 국무총리를 대신경제연구소 회장으로 선택했다. 이 결정은 당시까지만 해도 취약했던 증권업의 위상과 관련해 업계와 재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밖에 대신증권은 1984년 법인영업부, 인수부, 단자부, 국제부로 이어지는 본사 영업부서의 체계를 확립했고, 1985년에는 압구정지점, 명동지점 신설로 총 26개의 지점으로 구성되는 일선 지점망을 구축함으로써 영업체제 전반을 새롭게 정비했다.
또한 신속하고 과감한 전산설비에 대한 투자와 함께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1987년 대신전산센터를 세웠고, 1988년에는 업계 최초로 'BMF 온라인시스템'을 가동시키며 고객들이 전국 어느 지점에서나 입출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도왔다.

◆글로벌시장 진출…HTS '사이보스' 신드롬
1991년 대신증권은 자본시장 개방이 임박했던 전통적인 무역의 중심지이자 외국 주요 금융기관의 집결지인 홍콩에 사무소를 개설해 동남아시아 영업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또한 동경은 지점, 뉴욕과 홍콩은 현지법인, 취리히사무소는 은행으로 인가 신청을 내며 해외사업 구축 기반 토대를 마련했다.
1997년 찾아온 IMF 외환위기 속 대형증권사들이 유동성 위기로 도산에 이르렀지만, 대신증권은 1995년부터 상품 주식을 대거 처분해 5000억원에 달하던 단기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사전에 적극 대처한 덕에 IMF 한파를 무사히 넘겼다.
특히 1997년 말 2234억원에 이르던 대신증권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1998년 3월 말 기준 '0'을 기록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자기자본비율을 확보했다.
전산부문에 투자를 아끼지 않던 대신증권은 1996년 국내 최초로 종합계좌시스템을 선보였고, 1997년에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사이보스CYBOS 98' 서비스를 시작해 온라인 거래 불모지였던 증권업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듬해 1998년 출시된 '사이보스 2000'은 객장시스템을 가정과 직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가상영업점 역할을 수행했다. 실적과 평가, 서비스, 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서 온라인 거래의 장점을 살린 시스템으로 투자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어룡 회장 취임…지속가능경영 체계 구축
2004년 9월 24일 이어룡 회장은 대신증권의 3대 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양회문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대신증권의 전통과 명예를 지키고, 한 단계 더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대신증권은 이 회장 취임 후 지속가능한 경영 체제 구축에 만전을 기했다.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제공해 임직원이 금융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대신 아카데미'를 시행했고, 사내에서 각종 전문가 양성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했다.
또한 2005년에는 자사 최초로 미국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해외 IR을 실시하는 등 글로벌 증권사로의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이밖에 효과적인 IT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고객별 맞춤서비스를 강화한 ARS 시스템을 오픈하고, 'U-사이보스 글로벌'을 출시하며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발 빠르게 대응했다.
아울러 소비자를 위해 2013년 금융소비자보호팀을 신설하고, 2015년 온라인 자산관리 콘텐츠를 강화하는 등 고객 중심의 온라인 서비스 체제를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10번째 종투사 타이틀…초대형 IB 도약 '목표'
이제 대신증권은 또 한번의 도전에 나서게 됐다. 우선 1차 목표였던 종투사 진입에 성공한 만큼 내년에는 '초대형 IB' 진출이 목표다.
지난 2016년 도입된 초대형 IB 제도는 일정 조건을 갖춘 증권사가 발행어음 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초대형 IB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5곳 뿐이다. 최근에는 키움증권이 초대형 IB 진출을 목표로 투자운용부문 산하에 '종합금융팀'을 신설했다.
앞서 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초대형 IB의 기준인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그는 "자기자본 4조원을 달성한다면 대신증권은 명실상부한 업계 최고 수준의 증권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대신증권 관계자는 종투사 등극에 따른 향후 계획과 포부에 대해 "아직 금융위로부터 해당 내용에 대해 통보받은 사실이 없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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