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2.20 13:55
SMC의 법적 지위 쟁점…"주식회사 vs 유한회사"
인용 시 MBK·영풍 '반격'...기각 시 '경영권 굳히기'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BK파트너스·영풍이 지난 임시 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를 요구하며 제기한 가처분 심문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결과에 따라 고려아연의 경영권 구도가 단숨에 뒤바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청한 임시주총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기일이 오는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이번 심문에서는 MBK·영풍이 신청한 사외이사 7인에 대한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 건도 함께 다뤄질 예정이다.
법원이 MBK·영풍 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지난달 임시주총에서 내려진 주요 결의가 무효가 되면서 MBK·영풍 측이 경영권을 되찾을 기회를 얻게 된다. 반면, 기각될 경우 고려아연이 추진한 이사회 개편이 유지되며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을 더욱 공고히 다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이번 법원의 결정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르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가처분 심문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썬탈스코퍼레이션(SMC)'의 법적 지위다. MBK·영풍 측은 SMC가 외국회사이자 유한회사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국내 상법상 '주식회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고려아연 측은 SMC가 호주 법률에 따라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한국 상법상 주식회사와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갖는다고 맞서고 있다.
법적으로 상호주 의결권 제한 조항은 주식회사에만 적용된다. 만약 SMC가 유한회사로 인정될 경우, 영풍의 의결권 제한 근거가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법원이 SMC를 주식회사로 판단할 경우, 영풍의 의결권 제한은 정당한 조치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쟁점은 외국 법인인 SMC에 국내 상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다. 영풍 측은 SMC가 외국 법인으로 국내 주식회사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반면, 고려아연 측은 "상법상 외국회사 규정은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외국 법인을 규제·감독하기 위한 것이며, 주식회사의 지위를 결정하는 기준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법원이 고려아연 측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SMC의 영풍 지분 매입은 적법한 경영권 방어 전략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영풍 측 논리가 받아들여질 경우, 이번 임시 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 제한 조치가 원천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최 회장 측은 임시주총을 하루 앞둔 지난달 22일 영풍정밀과 최 씨 일가가 보유하던 영풍 지분 10.3%를 SMC에 넘기며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23일 주총에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발행주식 기준)의 의결권이 제한됐고, 고려아연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19인 상한 설정, 이사 7인 선임 안건 등이 통과됐다.
반면 MBK·영풍이 주주 제안한 집행임원제 도입 및 사외이사 14명 선임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영풍 측은 "이번 임시 주총에서의 정관 변경이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를 위한 불법적 수단"이라며 "이사회 장악을 위한 불공정한 경영권 행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SMC의 영풍 주식 매입이 정상적인 투자 활동이며, 적대적 M&A로부터 회사를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경영권 방어 조치라고 맞서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SMC는 독립적인 경영 판단을 통해 영풍 주식을 취득했으며, 이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거래"라고 강조했다.
법조계도 이번 사안의 핵심이 SMC의 법적 지위에 달려 있다고 분석하면서, 법원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현중 법무법인 신진 대표변호사는 "SMC의 지배구조에서 주주들의 유한 책임 등이 인정된다면 법원이 이를 주식회사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전통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문제가 되지 않고, 해외 법인에도 국내 상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SMC가 주식회사와 유사한 형태로 인정된다면, 상호 의결권 제한 조치는 적법하다고 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 경영권 분쟁에서 중요한 것은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라며 "꼼수를 쓰지 않고,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해하지 않는 등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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