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05.25 08:00

통합 전 마일리지 소진 유도 총력…전용 항공편·쇼핑몰 혜택 확대
전문가 "카드 적립 차등, 항공 마일 1:1" vs "1:1은 형평성 어긋나"

대한항공 'B787-10'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B787-10'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내년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미사용 마일리지 소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내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해야 할 마일리지 통합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통합 비율을 두고 업계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일 양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대한항공의 미사용 마일리지(이연수익)는 2조7682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7317억원)보다 365억원 증가했다. 2023년 말(1조7675억원)과 비교하면 1조원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의 이연수익은 9523억원으로, 지난해 말(9613억원)보다 90억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의 마일리지는 회계상 부채로 분류되며, 사용 시 매출로 전환되기 때문에 두 항공사는 통합 전까지 부채 비율을 줄이기 위해 마일리지 소진 유도에 집중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국제선과 국내선 마일리지 전용기 운영 확대에 나서는 가운데, 마일리지 전용기 안내 포스터. (이미지제공=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이 국제선과 국내선 마일리지 전용기 운영 확대에 나서는 가운데, 마일리지 전용기 안내 포스터. (이미지제공=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일 오전 9시부터 국제선과 국내선 마일리지 전용기 예약 서버를 오픈했다. 국제선은 7~9월 인천-로스앤젤레스, 인천-뉴욕, 인천-호놀룰루 노선에 총 10편, 국내선은 6월 김포-제주 노선에 10일간 매일 6편씩 총 60편의 마일리지 전용기를 띄울 예정이다. 

또 마일리지 전용 쇼핑몰인 'OZ마일샵' 개편해 정관장·닌텐도·고급 마사지기 등 다양한 제품을 기획상품으로 제공하며 소진을 유도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5·6월 김포·부산발 제주행 마일리지 특별기 운항 스케줄. (자료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의 5·6월 김포·부산발 제주행 마일리지 특별기 운항 스케줄. (자료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도 적극적인 소진 유도에 나섰다. 이달과 다음 달 김포·부산발 제주행 노선에 마일리지 전용 항공편을 배치했다. 생활용품 구매가 가능한 '스카이패스 딜', '보너스 핫픽' 항공권 할인 프로그램, 항공권 결제 시 마일리지 일부 사용 가능한 '캐시 앤 마일즈' 등 다양한 소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통합 마일리지 개편의 핵심 쟁점은 '카드사 제휴 마일리지'다. 업계에서는 마일리지 통합비율로 1대 0.7과 1대 1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일리지 통합 비율 관련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유력하게 떠오르는 방식은 1대 1 전환으로 이는 2008년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 최근 알래스카항공과 하와이안항공의 통합 사례에서 동일한 방식이 채택된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대한항공 마일리지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차등 전환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 직판 항공권 구매 및 해외 가맹점에서 현대카드 '대한항공카드 060'를 이용하면 1000원당 2마일을, 국내 가맹점은 1000원당 1마일이 적립된다. (출처=대한항공 공식 홈페이지)
대한항공 직판 항공권 구매 및 해외 가맹점에서 현대카드 '대한항공카드 060'를 이용하면 1000원당 2마일을, 국내 가맹점은 1000원당 1마일이 적립된다. (출처=대한항공 공식 홈페이지)

카드사 제휴 마일리지 기준으로 했을 때 대한항공의 마일 가치는 1마일당 약 15원, 아시아나는 약 11~12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의 단위당 가치가 더 높게 평가돼 1대 1 전환 시 대한항공 고객의 반발이 예상된다. 반대로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지나치게 낮게 환산하면 아시아나항공 고객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말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 항공산업 경쟁력 확보 및 소비자 보호 방안' 보고서를 통해 "국제 선례, 가격·서비스 격차, 활용 기회 등을 종합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전환 비율을 결정해야 한다"며 '1대 0.9'을 제안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1대 1 통합이 어렵다는데 입을 모았지만, 방안에 대해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항공권 결제 마일리지는 1대 1로, 카드 사용 적립 마일리지는 각각의 기준에 맞춰 전환하는 '투트랙'으로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항공사들은 적립 경로별 이력을 관리하고 있어 구분 적용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교수도 "통합 이전에는 아시아나항공 고객 보호 요구가 클 수 있지만, 통합 이후 대한항공 고객들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며 "1대 1 통합은 형평성에 맞지 않고, 외부 검증을 거쳐 1대 0.9나 0.91처럼 합리적인 전환 비율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아시아나가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된 시점 이후 6개월 이내에 양사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상반기 중으로 양사 간 마일리지 전환 비율을 보고할 예정이며, 공정위가 검토를 거쳐 승인한 뒤 공식 통합안을 공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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