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08.04 18:00

'내용 미흡' 이유 반려 후 두 달…관련 내용 여전히 비공개
공정위 "제출 시한·지침 없어…아시아나 제재와는 별개"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사옥. (사진=정현준 기자)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사옥. (사진=정현준 기자)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안이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반려당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후속안은 감감무소식이다. 양사는 통합안 재제출에 앞서 마일리지 소진에 집중하는 가운데, 관련 내용이 일절 공개되지 않고 있어 업계와 소비자들의 궁금증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7일까지 '마일리지 나우'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이는 국제선 마일리지 항공권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마일리지를 할인해 주는 행사로, 6월에 이어 두 번째 시행이다. 대상 노선은 기존 34개에서 43개로 확대됐고, 이코노미와 비즈니스 클래스 모두 적용된다.

지역별 왕복 할인 폭은 ▲일본·중국·동북아 5000마일 ▲동남아 7000마일 ▲중앙아시아 8000마일 ▲미주·유럽·대양주는 1만마일이다. 인천-시애틀 노선의 경우 평수기 기준 7만마일에서 6만마일로 줄어든다. 탑승 기간은 동남아 등 일부 노선을 제외하면 10월 25일까지다. 

'삼삼한 주말 마일리지 썸머 333 페스타' 김포~제주 노선 마일리지 특별기 스케줄 표. (자료제공=대한항공)
'삼삼한 주말 마일리지 썸머 333 페스타' 김포~제주 노선 마일리지 특별기 스케줄 표. (자료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도 지난달부터 오는 9월까지 매달 3주간 금·토·일요일 3일 동안 김포~제주 노선에 마일리지 특별기를 띄우는 '삼삼한 주말 마일리지 썸머 333 페스타'를 운영 중이다. 이 프로모션은 특정 시간대에 마일리지를 활용한 우선 발권이 가능하도록 구성됐다.

이 외에도 대한항공은 '캐시 앤 마일즈(Cash & Miles)' 서비스를 통해 최소 500마일부터 유상 항공권 운임의 최대 30%까지 마일리지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KE 디자인스토어 ▲호텔 숙박 ▲식음료 구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600마일) ▲이마트·교보문고 상품권(1400마일) 등 마일리지 사용처를 보유 중이다.

양사의 이러한 움직임은 마일리지가 항공사 재무제표상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으로, 통합 전 마일리지를 최대한 소진해 재무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의 미사용 마일리지는 2조7681억원, 아시아나항공은 9523억원으로, 합산 시 약 3조7000억원 규모의 부채로 반영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와 대한항공 항공기가 김포공항 계류장에서 대기 중이다. (사진=정민서 기자)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와 대한항공 항공기가 김포공항 계류장에서 대기 중이다. (사진=정민서 기자)

업계에서는 이 같은 마일리지 소진 행보가 공정위의 통합안 반려 조치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6월 대한항공이 제출한 마일리지 통합안을 접수 당일 반려하며 "사용처 범위와 통합비율 등 주요 내용이 미흡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는 특히 ▲아시아나 소비자의 권익 보호 ▲고객 간 역차별 방지 ▲통합 항공사 신뢰 회복 등을 심사 원칙으로 제시한 바 있다.

현재 공정위는 통합안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는 탑승 실적 마일리지는 1:1, 신용카드 적립 마일리지는 대한항공(1500원당 1마일)과 아시아나항공(1000원당 1마일)의 차이를 반영해 3:2 전환 비율을 대한항공이 제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는 글로벌 항공업계 관례와 시장 가치 격차를 고려하면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선 대한항공이 제휴처 마일리지 전환 비율을 1대 0.7 이하로 설정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2월 가격·서비스 격차와 국제 선례 등을 고려해 '1:0.9' 수준의 차등 비율을 제언했으나,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공정위 모두 통합안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업계와 소비자들의 혼선은 커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통합 전에 마일리지를 소진한 상황에서 역차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4일 김포공항 국제선 터미널에서 한 이용객이 아시아나항공 티켓 창구를 찾아 항공권 관련 문의를 하고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4일 김포공항 국제선 터미널에서 한 이용객이 아시아나항공 티켓 창구를 찾아 항공권 관련 문의를 하고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김포공항 국제선 터미널을 찾은 한 이용객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둘 다 마일리지를 갖고 있는데, 아시아나는 마일리지 적립이 쉬운 만큼 대한항공보다 가치가 낮다"며 "통합 비율에 차등을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에 재제출 시한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중하게 검토돼야 할 사안으로, 시급히 제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아시아나에 부과된 이행강제금(121억원)에 대해선 "통합안과는 무관한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소비자 기대에 부합하는 통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구체적인 일정이나 세부 내용은 현재로선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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