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금융감독원이 은행권 혁신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8일 국내 20개 은행장 간담회에서 "금융산업이 소비자 보호와 혁신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야 한다"며 금융소비자 보호, 생산적 금융 확대, 가계부채 리스크관리, 혁신역량 강화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 원장은 "은행이 성장과 안정, 산업과 소비자, 혁신과 신뢰를 함께 달성할 때 지속 가능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며 금감원이 '동반자적 감독기관'으로서 규제와 혁신을 병행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먼저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다.

최근 해외금리 연계형 ELS 손실 사태와 같이 대규모 피해를 초래한 전례를 언급하며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 체계를 확립해 대형 금융사고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개인정보 유출, 직원 횡령 등 금융사고에 대해 "은행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한다"며 "내부통제 체계가 신뢰 확보를 위한 핵심 투자로 인식하고 AI 및 신기술 활용을 통해 내부통제 강화에 더욱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은행권에서도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내부통제는 비용이 아니라 은행 신뢰를 지키는 투자"라며 "AI 기반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적극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권의 생산적 금융 역할도 재차 강조했다. 기존 담보·보증 위주 영업에서 벗어나 신산업·중소기업 지원으로 자금 흐름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2차전지, 바이오 등 미래 성장 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 확대를 주문하면서 코로나19 피해 차주에게도 만기 연장 및 이자부담 완화 조치를 요청했다.

이찬진 원장은 "금감원도 건전성 규제 개선 등 제도적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확보한 여유자본을 생산적 금융에 활용해 달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문제는 여전히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위협하는 리스크로 꼽았다.

한국의 가계부채/GDP 비율은 OECD 최고 수준으로, 금감원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중심 심사와 총량 관리 강화를 은행권에 주문했다.

특히 6.27 대책 이후 규제를 우회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후 점검 강화 방침을 밝혔다.

이 원장은 "대출 심사 단계에서 상환 능력을 엄격히 평가해 금융 취약성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수익모델 개발과 혁신역량 확보가 은행의 경쟁력이라며 AI 기반 초개인화 서비스, ESG 금융, 해외진출, 클라우드·사이버보안 등 IT 기술에 대한 혁신 역량 강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원장은 "성장과 안정, 산업과 소비자혁신과 신뢰가 맞물려 돌아갈 때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며 "앞으로 원칙 엄정하게 지키되 시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은행권 혁신을 지원하는 동반자적 감독기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장들은 간담회에서 자본 규제 완화, 채무조정 절차 간소화, 상생금융 우수은행 인센티브 등을 건의했다.

아울러 금소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과태료 중복 부과와 관련해 완화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금감원은 이번 간담회에서 논의된 제언과 건의사항에 대해 향후 감독·검사업무에 반영하는 한편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