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성민 기자
  • 입력 2025.08.18 12:00

금융위 이억원·금감원 이찬진 체제 본격 출범…'원팀' 협력 시험대
가계부채 관리부터 부동산 PF 정리까지…조직개편은 일단 '유보'

이억원(왼쪽)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스1)
이억원(왼쪽)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스1)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금융당국이 8월 들어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며 본격적인 '투톱'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장기간 수장 공백에 대한 우려는 해소됐지만, 이들 앞에는 민생 금융 현안인 가계부채 관리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해결 등 산적한 과제가 놓여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이억원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를 지명했다. 이 후보는 1991년 35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부에서 종합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경제구조개혁국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같은 날 금융위원회 역시 임시회의를 통해 이찬진 국정기획위 사회1분과장을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이 원장은 별도의 인사청문회 없이 대통령의 임명으로 이튿날인 14일 제16대 금감원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서울 한 아파트촌 전경. (사진=안광석 기자)
서울 한 아파트촌 전경. (사진=안광석 기자)

◆가계부채 관리부터 PF·거래시간 연장·제4인뱅 등 밀린 과제 '산적'

금융당국 수장에 오른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두 사람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풀어야 할 정책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두 수장은 민생 현안 해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은 이 대통령이 강조한 '가계부채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업무 수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6·27 대책 시행 직후인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2000억원 증가하며 그 효과가 일부 나타났으나, 8월 들어서는 다시 증가하는 추세로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도 당국의 주요 시험대다. PF 정상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관계 충돌 등에 대해 금융위와 금감원이 어떤 대책을 마련할지가 금융시장 안정성에 직결될 전망이다.

아울러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어떻게 조정할지도 대표적 현안으로 꼽힌다. 개인 투자자들은 '대주주 요건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정치권 역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해당 현안은 국정기획위원회 논의를 거쳐 현재 대통령실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공이 넘어가 있다. 

이밖에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현재 당국은 대체거래소(ATS) 거래량 급증에 대한 방편으로 한국거래소 역시 '반나절 거래'를 추진 중이지만, 증권업계의 시스템·인력 부담과 개인 투자자의 생활 패턴을 감안해야 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자영업자 맞춤형 금융기관으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제4인터넷전문은행(제4인뱅) 인가 문제도 밀려있다. 금융 혁신과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과열 경쟁·중복 투자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사진=뉴스웍스DB)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사진=뉴스웍스DB)

◆금융위 새 수장 임명에 금융당국 재편 '안갯속'…협력 여부도 '주목'

해체가 유력하게 검토되던 금융위원장이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금융당국 조직개편은 다소 후순위로 밀려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특히 조직개편 발표가 유력하게 점쳐졌던 지난 14일 국정위 대국민보고대회에서도 정부 조직개편안이 발표 대상에서 빠지자, 당국 체제 개편이 사실상 무산된 게 아니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일단 해결할 현안이 산적한 만큼 조직개편은 유보하기로 했단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재정경제부 재편이 사실상 바로 추진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당국 내부에서도 반발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금융당국 '투톱' 체제의 성패는 무엇보다 협력 여부에 달려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임 금감원장인 이복현 원장은 주요 정책을 두고 금융위와 공개적으로 상반되는 의견을 내면서 이른바 '엇박자 논란'을 자초했다.

특히 올해 초 주주의 이사 충실 의무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김병환 전 금융위원장과는 달리 통과를 강력 주장하며 "직을 걸겠다"고까지 언급했지만, 재의요구권이 발의되자 그대로 직을 유지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명분에도 금융당국 간 갈등으로 비춰지며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린단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금감원)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금감원)

◆이억원 '현장 경험 부족'·이찬진 '李 낙하산' 우려…"제 목소리 내겠다"

신정부 출범 이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모두 새 수장을 맞이한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먼저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전반적인 경제정책에 대한 경력은 많지만,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현장 경험은 부족하단 평가를 받고 있다.

사무금융노조는 금융위원장 후보자 내정과 관련한 성명을 내고 "지난 정부 시기 금융위는 금융시장 규제 완화를 명분으로 부동산 PF 대출 확대를 방조해 건전성 위기를 키웠고, 가계부채 관리에 있어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 등 단기 부양책에 치중해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을 누적시켰다"며 "이제 이러한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근 금융위는 주식거래시간 연장 문제를 놓고 시장 참여자와 노동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정책을 추진해 논란을 겪고 있다"며 "자본시장 성장과 노동자 권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합리적 해법을 마련하고, 이를 위해 노사정 협의 구조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찬진 금감원장에 대해선 "전임 금감원장과 마찬가지로 대통령과의 특별한 개인적 인연이 주요 배경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신임 원장은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장으로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시험 28회,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다. 특히 이 대통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재판에서 변호인을 맡기도 했다. 

노조는 "이찬진 원장은 법조와 시민사회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으나, 금융감독의 전문성과 금융시장 운영 경험이 거의 없다"며 "정치적 독립성과 감독 전문성을 입증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취임사에서 "어떤 괴물이 왔나 상상력을 발휘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평범한 육십이 조금 넘은 사람이다. 과격한 사람이 전혀 아니다"라며 "조금만 기다려주면 제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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