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기의 산티아고 몽유도⑦]노란 화살표, 순례객에겐 생명존중의 울림
[박인기의 산티아고 몽유도⑦]노란 화살표, 순례객에겐 생명존중의 울림
  • 최승욱 기자
  • 승인 2019.08.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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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인기)

18일 밤을 수도원에서 보냈다. 순례 6일째 되는 날은 아침 일찍부터 썰물처럼 투숙객들이 빠져나갔다. 오전 8시30분까지 체크아웃이다. 오전 6시에 일어나 간단식으로 아침을 먹고 오전 7시, GERNIKA LUMO를 향해 25km의 길을 나섰다.

(사진=박인기)

지난 3일 동안 캠핑사이트에서 오전 내내 게으름 필 수 있는 자유세계를 만끽한 것이었다면 지난 밤 수도원 투숙의 경우 조심조심해서 움직여야 하는 집단생활의 엄숙함이 있었다.

아침 썰물, 오후 썰물, 순례객들이 숙소에서 빠져나가는 행렬을 썰물로 비유하자면 둘 다 나름 특별한 맛이 있다. 아니 방목과 유목의 교차 교육방식처럼 둘 다 필요하다. 내 경우 텐트를 걷고 오후에 길을 나서면 오전 내내 여유있게 글을 쓰지만, 아침에 길을 나서면 길 위에서 글을 쓴다. 등 뒤에 밝아 오는 햇살을 보고 풀냄새를 맡으며 숲길에서 글을 쓰면 오히려 글이 간결해진다.

(사진=박인기)

노란 화살표를 따라 가다보면 캠프싸이트룰 찾을 때보다 훨씬 편하다. 길을 잃지 않도록 천년을 다듬어 온 800㎞의 까미노 데 산티아고, 다리를 건너거나 찻길 건너, 모퉁이를 돌아설 때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노란 화살표시는 범부의 소박한 붓질이든, 혹은 보이지 않는 은총의 손길이든, 새벽길을 나서는 순례객에게 서로 통하는 생명존중의 울림을 준다.

(사진=박인기)

오후 썰물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방향을 지시해주는 순례길과 달리 자라츠, 줌마이아, 사투라라는 캠핑사이트의 경우에는 친절한 표시가 없다. 온전히 지도에 의지하거나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가야 하는 곳이다. 그러니 잘못된 길에 들어 갔다 되돌아 나오거나 하며 고생하기 마련이다.

캠핑사아트는 바닷가 휴양지와 가까운 곳,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적한 지형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순례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찾기도 힘들고 당초 시간계획보다 늦게 목적지에 도착하기 일쑤다.

(사진=박인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엔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 드디어 해내었다는 보람참,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당연한 심신의 자유로움이 있다. 경건함? 자유로움? 그 둘은 하나가 이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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