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5.08.27 18:00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일본·미국 정상과 순차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일본·미국 정상과 순차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3박 6일간의 일본·미국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취임 후 첫 한미정상회담을 치른 이번 순방은 한미동맹의 안정적 출발과 한일관계 개선 신호탄을 알렸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를 받지만, 후속 협상에서 풀어야 할 '디테일' 과제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방미에서 가장 주목받은 대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이다. 우려했던 돌발 요구나 갈등 현안은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고, 양국은 안보·경제 협력 의지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이 대통령이 북미 대화 재개를 제안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가 된다면 자신은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고 말한 장면은 상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 의사를 밝히면서 한반도 정세 변화의 여지도 엿보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경제협력 메시지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회담 직후 한미 재계 간담회를 열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알링턴 국립묘지 참배와 한미 조선협력 상징인 필라델피아 조선소 방문으로 동맹의 외연을 강조했다. 대체로 '첫 시험대'를 무난히 넘겼다는 평가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알래스카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와 미국산 LNG 수입량 확대 등 한미간 에너지 협력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 가운데 하나로 오는 2028년부터 연간 330만톤 규모의 미국산 LNG 도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했지만 알래스카 LNG프로젝트 참여 여부는 유보하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알래스카 LNG프로젝트의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투자자로 참여하겠다고 확답하지 않았지만 향후 양국간 실무진 차원에서 사업 참여를 두고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은 과제도 뚜렷하다. 쌀·소고기 시장 개방, 대미 직접투자,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등 민감한 현안은 이번에 수면 위로 오르지 않았지만, 향후 미국이 '청구서'를 꺼낼 경우 치열한 협상이 불가피하다. 북미대화 재개의 경우도 북한과 중국, 최근 밀착하는 북러 관계 등 불확실한 외교 변수로 가득하다. 결국 동맹의 틀을 다진 만큼, 구체적 이익을 지켜내는 세밀한 외교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일본과의 관계 설정도 순방의 중요한 축이었다. 이 대통령은 첫 양자 정상회담 대상으로 일본을 선택하며 한일관계 복원을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17년 만에 정상 공동문서가 채택되고 '셔틀외교' 재개가 합의된 것은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 장면으로 꼽힌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를 사실상 건드리지 않고 넘어간 점은 '뇌관'을 뒤로 미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일본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비판에 대해 "국내 일각에서 과거사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런 지적을 받을 각오도 했다. 그러나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필요한 협력은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실용 외교 기조를 이어가되 후속 논의의 부담은 안고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번 순방은 "동맹은 다졌다, 숙제는 남았다"는 평가로 요약된다. 긍정적 외교 무대 데뷔전을 치렀지만, 향후 협상 과정에서 국익을 구체적으로 지켜내는 세심한 전략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성과와 과제가 동시에 드러난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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