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성민 기자
  • 입력 2024.09.10 14:14

저조한 공시에 밸류업 미참여 기업 지수 포함 가능성↑
우수·유망기업 모두 '금융사' 쏠림…종목 불균형 우려도 

강변북로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사진=박성민 기자)
강변북로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사진=박성민 기자)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중 하나인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가 임박했다. 다만 현재까지 밸류업 계획을 내놓은 상당수가 금융사인 탓에 종목 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달 중 기업가치 성장이 예상되는 상장사로 구성된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최종 발표한다.

하장권 LS증권 연구원은 "거래소는 최근 밸류업 지수 개발을 1차적으로 마치고 내부 절차를 마무리했다"며 "9월 말에 밸류업 지수 최종 발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은 4분기(11월말)에 출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 2일 '제7차 기업밸류업자문단 회의'를 열었다. 자문단은 밸류업 지수에 업종별 종목이 균형 있게 편입되고, 기존 대표지수와 차별화를 통해 기관 투자자의 참여 확대 및 신규 투자 수요 창출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거래소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상장사 100~150여곳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다만 현재 밸류업 공시 참여율이 워낙 저조한 만큼, 밸류업에 참여한 기업보다 참여하지 않은 기업이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이날 기준 현재까지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콜마홀딩스 ▲메리츠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DB하이텍 ▲미래에셋증권 ▲현대차 ▲키움증권 ▲에프앤가이드 등 9곳이다. 

예고 공시를 올린 기업 23곳을 포함하더라도 총 32개의 기업이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밸류업 지수를 구성하기 위한 100개 기업 중 약 30%에 불과한 기업만이 밸류업 참여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사례를 보면 위 기업들만으로 밸류업 지수를 구성하기엔 무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유사하다고 평가받는 일본 밸류업 지수인 'JPX 프라임 150' 지수조차 150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만약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일본과 같이 150개 종목으로 구성되면, 지수에 편입된 상장사 중 100개가 넘는 상장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세우지 않고도 지수에 편입된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성공을 위한 과제' 심포지엄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성공을 위한 과제' 심포지엄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한편 거래소는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중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우수기업'과 잠재력이 높은 '유망기업'을 각각 나누어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 중 대다수가 금융회사인 점은 걸림돌이다. 현재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 9개 중 6개, 예고 기업 23개 중 14개가 금융업종이다. 

당초 밸류업 지수에 종목별 '균형'을 강조했던 거래소지만,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은 타 종목 기업이 턱 없이 부족한 탓에 금융사 편중 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증권가에서도 밸류업 우수 지수와 유망 지수에 편입될 예상 종목에 금융주를 대거 포함시켰다. 

유안타증권은 우수 지수에 편입될 상위 종목으로 ▲현대차 ▲셀트리온 ▲KB금융 ▲기아 ▲신한지주 ▲포스코홀딩스 ▲하나금융지주 ▲삼성물산 ▲현대모비스 ▲삼성화재 ▲우리금융지주 ▲KT&G ▲삼성생명 ▲HMM ▲메리츠금융지주 등을 꼽았다. 15개 종목 중 무려 절반에 가까운 7개 종목이 금융주였다.

유망 지수에 편입될 상위 종목으로는 ▲현대차 ▲기아 ▲삼성물산 ▲LG전자 ▲KB금융 ▲HMM ▲삼성생명 ▲SK텔레콤 ▲KT ▲하나금융지주 ▲대한항공 ▲현대모비스 ▲신한지주 ▲현대글로비스 ▲에스오일 등을 예상했다. 유망 지수 업종에서도 4개의 종목이 금융주에 속했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거래소는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해 밸류업 프로그램 협조를 당부하는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추후 금융업종 중심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 취지에 부합하는 지수가 산출되려면 고른 종목 분포가 무엇보다 중요한 데 특정 종목 쏠림 현상을 피하기 어려워졌다"며 "아직 지수 발표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