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희진 기자
  • 입력 2025.09.03 16:57
모리스 옵스펠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개발연구원)
모리스 옵스펠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개발연구원)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미국은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수혜국이었지만, 그 불균형의 부담으로 언제든 새로운 요구를 꺼낼 수 있습니다"

모리스 옵스펠트 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3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2025 금융안정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옵스펠트 연구위원은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오랫동안 글로벌 경제의 혜택을 누려왔지만, 그 이면에는 불균형과 불만이 쌓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의 부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미국의 힘이 약화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이 더 이상 공공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지 않고, 정치적 양극화와 극단주의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 확보가 금융 안정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옵스펠트 연구위원은 "현재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위협받고 있다"며 "정치적 압력이 강화되고, 국제 금융 질서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모리스 옵스펠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개발연구원)
모리스 옵스펠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개발연구원)

옵스펠트 연구위원은 기조연설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미 무역 협상 ▲한국 경제 ▲글로벌 협력 전략 등에 대한 견해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일문일답이다.

Q. 한미 무역 협상에 대한 총평은?

한국은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트럼프 1기와는 다른 조건들이 요구됐고, 비관세 분야의 양보와 대규모 투자 약속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의 경우 투자 규모, 수익 배분 구조, 누가 투자를 담당할지가 명확하지 않아 우려가 크다. 

조선업 중심의 합의는 긍정적이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없는 점은 부담이라고 판단된다. 결국 합의라고는 했지만 진정한 마무리라고 보긴 어렵다. 미국은 매달, 매 분기마다 무역 상황을 점검하며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느끼면 새로운 요구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

Q. 한국이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빠질 가능성은?

일본은 아베노믹스 이전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많은 교훈을 남겼다. 한국이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보진 않지만,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저성장과 물가 하락 위험이 존재한다고 판단된다.

Q. 한국의 AI·R&D 예산 확대에 대한 평가와 재정 건전성은?

한국의 국가부채는 OECD 소속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재정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리 상승도 예상돼 비용 지출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다. 

다시 말해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 속도를 높이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모든 정책은 재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Q. 기조연설에서 언급한 '미국의 공공재 감소'는 어떤 의미?

미국이 공공재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유럽 및 아시아에 군사력을 제공하는 것이 예시가 될 수 있다. 

다만 미국은 아시아와 유럽에 제공해온 집단 안보의 범위를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행태는 그동안 글로벌 리더십 역할을 홀로 감당했지만 앞으로는 그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Q. 미국에 대항해 여러 나라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미국에 맞서자는 의미가 아니다. 각국이 연합해 스스로 더 많은 공공재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협력 강화는 언제나 긍정적이며, 자국의 성장뿐 아니라 세계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

Q. 한국의 글로벌 협력 범위는 어디까지 가능하다고 보나?

한국은 이미 다양한 국가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ASEAN+3 가입은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에게는 일본과 중국과의 안정적인 관계 유지가 중요하며, 동남아시아와 유럽과의 협력 네트워크도 더 넓혀야 한다. 즉 더 넓은 그물망을 던져야 한다.

Q. 중국과의 관계에서 교역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경제와 안보는 상충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의 핵심 무역 파트너다. 관계가 항상 평화로울 수는 없겠지만, 실용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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