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5.02.04 10:00
우리은행 명동 본점. (사진=박성민 기자)
우리은행 명동 본점. (사진=박성민 기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지난해 고강도 정기검사를 받은 우리금융지주의 검사 결과가 공개됐다. 아직 징계까지 결정되지 않은 중간보고 형태지만 조직 내 치부가 고스란히 담겼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 전직 임직원이 연루된 부당대출 규모는 총 730억원에 달했다.

정기검사를 통해 기존에 확인된 전임 손태승 회장 친인척 관련 의심대출 350억원 이외에 다수 임직원이 관여된 부당대출 380억원이 추가 적발된 것이다.

부당대출 730억원 중 451억원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해 상명하복의 조직문화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대출이 모두 부실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전체 부당대출 중 338억원은 이미 부실화됐으며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된 부당대출 451억원 중 123억원이 부실로 전환됐다. 이 때문에 현재 정상으로 분류된 328억원도 향후 부실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감원 주장이다.

금감원은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여신을 주도적으로 취급한 지역본부장이 지점을 통해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에 여신 42억7000만원을 취급하며 자금용도·상환능력 평가를 소홀히 하는 등 내규를 다수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 퇴직 후에는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차주 회사에 재취업한 사실도 확인했다.

전현직 임직원 27명은 단기성과 등을 위해 대출심사·사후관리를 소홀히 한 것도 드러났다. 사업과 무관한 대출을 취급하거나 투자자 날인이 없는 투자계약서 등 서류에 대한 진위를 확인하지 않는 등 내부통제 부실도 적발됐다.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이 행장 재임 시절 대폭 완화한 여신 관련 징계기준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어 논란을 키웠다. 이 때문에 여신 관련 사고자 상당수가 견책 이하의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금감원은 징계예정자에 대해 합리적 기준 없이 제재 완료 전 포상·승진을 시행해 인사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징계 효과가 감면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도 리스크관리 미흡을 지적받았다.

우리금융은 경쟁사 대비 자본비율이 열위에 있는데도 고위험 자산 위주의 투자성향을 지속해 온 반면 그룹 전체의 리스크를 인식·측정·관리하는 업무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미래에 실현될 수익에 의존하는 이연법인세자산 등 자본으로 보기 어려운 항목이 보통주 자본에서 공제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고 복수의 자회사가 동일 사업장에 공동투자를 진행해 트랜치 순위가 같은데도 자회사별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다르게 적용됐다.

또 연결 대상 펀드가 대출채권 등을 보유한 경우 같은 자산에 대한 미사용약정 관련 대손충당금 및 신용리스크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해 반영해야 하지만 이를 누락한 사례도 드러났다.

이와 함께 은행에서 파생상품 관련 대규모 손실을 수반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운영리스크 위험가중자산에 반영하지 않았고 은행 이외 자회사의 경우 운영리스크 손실사건 데이터를 자동으로 입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거나 시스템 운영을 소홀히 하고 있는데도 이를 방치하는 등 지주 차원의 관리가 미흡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지주 회장은 자회사 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했고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를 불과 20분 간격으로 개최함에 따라 심의 내용이 이사회 안건에 반영되지 못했다.

그 결과 지주의 자회사 편입 관련 인허가권을 가진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는데도 이와 같은 중요사항이 이사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은 지난해 기업금융 확대라는 경영 목표를 수립했지만, 하반기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자본비율 하락 방어를 위해 이사회 보고·논의 없이 기업대출 감축으로 KPI를 수정하며 영업 현장에 혼란을 키웠다.

우리금융은 은행 경영진이 지주 경영계획과 어긋난 영업 목표를 임의 변경했음에도 이를 통제하지 못해 은행 본연의 자금중개 기능이 훼손되는 상황을 초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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