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광석 기자
  • 입력 2025.05.29 11:40

'국제해양방위산업전 2025', 역대급 규모 잠재 고객들 몰려
美 외에도 세계 군 관계자들이 韓 방산과 협력 희망 릴레이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마덱스) 2025'이 열리는 부산 벡스코 앞에 관람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안광석 기자)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마덱스) 2025'이 열리는 부산 벡스코 앞에 관람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안광석 기자)

[뉴스웍스/부산=안광석 기자] "2년마다 열리는 이 행사에 거의 매번 참석해 왔지만, 올해 처음 온 기분입니다. 확실히 한국 방산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마덱스) 2025'에서 만난 HD현대의 한 임원은 얼떨떨한 얼굴로 이같이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직전 행사인 2023년 마덱스까지만 해도 방산은 유망 산업군에 불과했다. 당시 12개 나라에서 140여 개 방위산업체가 참석했는데 주최 측인 해군과 한국무역협회는 역대 최대 규모로 추산했다. 마덱스는 1998년부터 격년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중국 견제 수단으로 한국 방산을 지목하면서 마덱스 규모는 더욱 커졌다. 올해는 14개국에서 200여 개 방산 기업·기관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였다는 2023년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HD현대 부스에서 해외 군 관계자들이 함정 모형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안광석 기자)
HD현대 부스에서 해외 군 관계자들이 함정 모형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안광석 기자)

몸수색을 기본으로 하는 방산전시회 특성상 벡스코 내 마련된 전시장에 입장하는 데만도 20분 가까이 소요됐다.

전시장 메인에 마련된 HD현대와 한화 통합부스는 빽빽한 인파로 지나는 것만도 벅찼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군 관계자들로 인해 주변에는 한국어보다는 생소한 외국어와 경례 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사전예약보다 더 많이 몰려든 세계 각국 취재진 때문에 주최 측도 원활한 취재환경 지원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

주최 측 관계자는 "비즈니스데이(28~29일) 기자 및 공무원, 군 관계자 참석인원이 사전예약 때보다 많은 것 같아 정확한 통계 분석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게 된 만큼, 올해는 기존 행사 양상과는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한화는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방산 3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 통합부스를 운영, 각종 무인체계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모형을 전시해 강점인 계열사간 시너지와 국내 1위 방산 기술력을 과시했다.

HD현대 기동형 무인전력통제함 'HCX-23' 모형. (사진=안광석 기자)
HD현대 기동형 무인전력통제함 'HCX-23' 모형. (사진=안광석 기자)

한화 통합부스 바로 앞에 자리 잡아 대결구도를 이룬 HD현대도 이에 질세라 자체적으로 설계한 KDDX를 필두로, 미래형 무인전력모함 'HCX-23 Plus' 및 기동형 무인전력통제함 'HCX-23'를 내세웠다.

이도 모자라 올해 마덱스에서는 또 다른 방산업체 LIG넥스원과 공동부스를 운영하고, 리셉션도 통합으로 실시했다. HD현대는 지난 2024년부터 오랜 수출 파트너였던 한화시스템 대신 LIG넥스원과 손잡고 함정용 지휘통제 및 전자전, 통신장비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다. 기술력과 계열사간 시너지를 내세워 치고 올라오는 한화의 위세를 누르기 위해 새 동맹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날로 치솟는 방산업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마덱스에 부스를 마련한 업체들도 있다.

한화 통합부스 앞에 몰려든 해외 바이어들. (사진=안광석 기자)
한화 통합부스 앞에 몰려든 해외 바이어들. (사진=안광석 기자)

국내 방산 '빅5' 중 하나지만, 올해 최초로 참석해 유무인 복합체계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HR-SHERPA)' 4세대 모델을 선보인 현대로템과, 항공업체이지만 자사기술이 적용된 인공지능(AI) 소형 협동형 전투무인기 및 'UH-60' 헬기 등을 선보인 대한항공이 눈에 띈다.

철강사인 포스코도 액화천연가스(LNG) 탱크 소재로 쓰이는 내구성 좋은 고망간강을 방산업에 적용하기 위해 부스를 차렸다. 포스코는 이날 HD현대와 차세대 함정 고망간강 적용을 위한 공동연구개발 협약까지 맺었다.

한화 부스 내 마련된 유무인체계 지휘통제함 모형과 해양무인체계 설명도. (사진=안광석 기자)
한화 부스 내 마련된 유무인체계 지휘통제함 모형과 해양무인체계 설명도. (사진=안광석 기자)

현장에서 만난 방산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각 사의 무인체계 같은 미래형 기술과 콘셉트는 이미 2023년 마덱스에서도 공개된 사안"이라며 "올해 마덱스에서 주목할 것은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만큼 예상보다 더 많은 잠재적 바이어들이 부스를 찾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외에도 세계 각 군이 한국 방산 기술력을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해외 군 관계자들은 국내 방산 업계 양대산맥인 HD현대와 한화의 무인체계와 기존 함정 기술력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날 HD현대 부스를 찾은 드라고스 두미트루 레이콥 루마니아 해군 부총참모장은 "루마니아 해군 함정을 루마니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수 있도록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HD현대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카르도 운다 에콰도르 해군 작전 사령관도 "한국으로부터 공여받은 함정과 함께 우수한 함정이 계속 에콰도르 해군력 발전에 기여해 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팜 탕 키에트 베트남 방산총국부총국장은 "함께하는 사업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현대로템 부스에 몰려든 해외 군 관계자들. (사진=안광석 기자)
현대로템 부스에 몰려든 해외 군 관계자들. (사진=안광석 기자)

한화 통합부스에도 이날 태국·사우디아라비아·말레이시아·핀란드·모로코 군 관계자들이 찾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태국 군 관계자는 "오늘이 아닌 내일과 미래를 준비하는 한화의 비전을 공감하며, 한화가 미래 해양 전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올해 마덱스에 처음 참석한 현대로템 관계자도 "다수의 글로벌 군 및 고객사 관계자가 부스에 방문했고, 최근 관심이 높아진 다목적무인차량(UZV) 등 유무인 복합체계 관련 문의가 많았다"고 전했다.

관람객들이 한국항공우주(KAI) 부스 내 마련된 항공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안광석 기자)
관람객들이 한국항공우주(KAI) 부스 내 마련된 항공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안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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